‘예쁜 척 하지 않는 여배우’는 바로 문정희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싶다. 여자이기보다는 배우로서 먼저 인정받고자 하는 그의 모습은 그간의 작품들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번 영화 ‘숨바꼭질’(감독 허정)에서도 마찬가지다. 문정희는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지난 해 ‘연가시’에서도 강렬한 연기로 관객들의 뜨거운 호평을 받은 그는 ‘숨바꼭질’을 통해 한 층 더 견고해진 연기력을 과시했다.

소름 돋는 연기로 올 여름 극장가를 장악할 문정희와 최근 마주했다.

문정희는 주희 역할에 먼저 욕심을 냈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부터 주희가 뇌리에 강하게 남았다고. 어느 덧 주희 캐릭터에 자신도 모를 만큼 깊이 빠져들었다.

“솔직히 시나리오를 봤을 때 가장 하고 싶은 인물이었어요. 물론 제가 이 인물로 딱 배정을 받고 시나리오를 읽었던 건 아니고요.(웃음) 사실 외모적으로 제가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에 대해선 자신이 없었죠.”

그는 주희 역에 적합한 인물을 직접 구상했다. 소외계층인만큼 애초에 예뻐 보이는 건 포기해야 했다. 못난 외모와 피해의식을 지닌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서 ‘일반적인 사람’을 넘어서야 했다.

“주희에게는 ‘대칭’인 것은 다 빼버렸어요. 모든 게 비대칭이어야 했죠. 눈도 약간 찌그러지게 표현했고, 눈썹도 마찬가지고요. 입 모양도요. 말을 할 때 입술 모양 하나하나에도 신경써야 했어요. 그리고 늘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잖아요. 제가 만약 그런 인물이라면 어떻게 행동할 지도 생각했죠.”

영화를 위해 일부러 살도 찌우고, 몸매 관리를 전혀 하지 않았다. 뚱뚱해 보이기 위해 몸 안에 패딩까지 넣었다고.

“부둣가 근처에 살던 분들의 모습을 그려내려고 했어요. 일부러 살을 찌우려고 했는데, 그게 쉽게 잘 안 됐어요. 몸매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은 여자처럼 보이기 위해 패딩으로 감쌌죠. 몸이 많이 무거웠어요. 하하.”

그의 디테일한 캐릭터 연구법은 외관상으로도, 심적 연기로도 드러난다. 실제로 찾아볼 수 없는 주근깨와 잡티, 칙칙한 피부톤을 만들어낼 정도니까.

“그렇게 어두침침하고 추운데 살면 저절로 살이 트잖아요. 주근깨와 잡티를 가리려고 하지 않았고, 일부러 주름도 많이 보이게 분장했어요. 험하게 사는 사람들의 생활을 몸이나 의상으로도 많이 드러내야죠. 그런 설정이 저는 재밌더라고요.”

‘숨바꼭질’을 통해 상업영화로 데뷔한 허정 감독은 꼼꼼한 연출력을 자랑했다. 그래서인지 연기에 있어서 ‘독한’ 문정희와도 찰떡 호흡이었다.

“감독님도 정말 치밀하고 집요한 분이에요. 이견은 많이 없었는데, 이야기는 많이 했어요. 촬영 현장에 가면 감독님은 늘 배우분들과 얘기를 많이 주고 받았죠. 저와 궁합은 많이 좋았어요. 한 장면에 50테이크까지 찍어봤어요. 하하. 힘들기도 했지만, 저도 독한 기질이 있어서 끝까지 했죠.”

손현주, 전미선과의 호흡에도 어려움이 없었다. 문정희는 “손현주 선배나 나나 서로 독해서 힘이 났다”며 웃어 보였다.

“현장에서 몸을 부딪히면서 더 친해졌죠. 대부분 현장에서 만나면 ‘우리 이건 이렇게 하자’ 등 이런 말을 주고 받는데 우리는 그런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그만큼 합이 잘 맞았죠. 손현주 선배를 선배로서도, 배우로서도 정말 좋아하거든요. 배려를 많이 받고 촬영하니 힘도 많이 났죠. (전)미선 언니와는 이번에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는데 좋았어요. 그런데 제 첫인상이 까칠해 보였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그런가요?(웃음)”

‘숨바꼭질’은 문정희에게 여러 모로 의미 깊은 영화다. 그동안 시도한 적 없는 캐릭터로, 액션 뿐 아니라 여러 고충을 극복하고 만들어진 작품이기 때문이다.

“제가 액션을 했다는 게 또 다른 도전이고 파격이었던 것 같아요. 무술 감독님이 연습하라고 할 때마다 더 자신감이 많아졌죠. 주희라는 캐릭터는 너무 매력적이에요. 비주얼로는 여배우들이 꺼려할지 모르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죠. 자신감 있게 후회 없도록 연기했어요.”

전작 ‘연가시’에 이어 ‘숨바꼭질’까지 당최 예쁜 문정희의 모습을 보기 힘들다. “예뻐 보이는 것을 거부하냐”는 말에 문정희는 손사래를 치며 “나도 예쁘고 싶다”고 호탕하게 웃었다.

“이제 뭘 못하겠어요.(웃음) 그저 온 몸을 다해 연기했을 뿐이죠. 어떤 작품이라도 이제 다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캐릭터보다는 재밌는 시나리오를 보면 꼭 하고 싶더라고요. 이번 ‘숨바꼭질’도 안 했으면 후회 했을거에요. 기회나 인연이 쉽게 오는 게 아니듯 제 작품이 오면 계속 눈이 가는 것 같아요. 하하. 관능적인 캐릭터나 로맨스도 꼭 해보고 싶죠. 꼭이요.”

오로지 대중들에게 진정성 있는 연기를 선보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는 배우 문정희. 그야말로 여배우의 기근 현상이 일어나는 충무로에서 단비 같은 존재가 아닐까. ‘대기만성형’ 문정희의 향후 연기가 기대되는 이유다.

사진/ 임한별 기자 hanbuil@

양지원 이슈팀기자 /jwon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