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도 크고 활기찬 곳이지만 서울은 그보다 더 거대하고 역동적인 도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작은 사람이 된 기분이에요. 아름다운 곳도 많지만, 특히 엊그제 찾아 촬영한 한강 물빛공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이들이 물이 솟아오르는 분수를 배경으로 뛰노는데, 빌딩 숲뿐일 줄 알았던 서울에 이런 곳이 있나 싶었습니다. 가족들이 여유를 즐기는 모습이 정겹고 마음을 설레게 하더군요.”
태국의 톱스타 배우이자 감독인 아난다 에버링햄(31)은 지난 7월 26일 입국 후 서울, 인천, 강원도 등을 오가는 빡빡한 촬영 일정에도 불구하고 유쾌하고 진지했다. 그는 ‘가을동화’에 이어 ‘풀하우스’의 태국판 리메이크 제작과 연출을 맡아 한국 로케이션 촬영을 위해 서울을 찾았다. 무더위 틈 갑자기 쏟아져내린 폭우에 잠시 여유를 가진 그를 5일 서울 명동 롯데호텔에서 만났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한국 드라마가 유명하기 때문이죠. 태국에서라면 다들 한국 드라마의 리메이크를 하고 싶어할 겁니다. 한국 드라마는 영상도 뛰어나고 스토리도 흥미진진합니다. 특히 ‘풀하우스’는 다른 멜로처럼 슬픈 것이 아니라 로맨틱하고 톡톡 튀는 유머가 좋아 다양한 세대와 계층에게 재미있게 받아들여졌습니다. ‘풀하우스’는 태국의 유명한 TV 채널인 ‘트루’에서 방영돼(2005년)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영화같은 드라마를 만들겠다는 제 제안을 트루측에서 받아들여줘 리메이크에 나서게 됐습니다.”
‘풀하우스’의 리메이크는 한국-태국 수교 55주년을 기념한 프로젝트다. 한국 드라마를 태국판으로 만든다고 하니 여러 나라의 도시에서 로케이션 촬영 제안이 있었다.
“중국이나 일본, 베트남 등 여러 군데서 찍으러 오라는 요청을 받았죠. 그런데 이 작품이 한-태 수교를 기념한 작품인데다, 원작에서도 태국 장면이 있어 이번엔 한국으로 촬영지를 정했죠. 물론 한국 물가가 너무 비싸서 고민을 좀 했어요. 하하. ”
태국의 아이돌 스타 마이크와 미녀 배우 엄이 출연하는 ‘풀하우스’ 리메이크판은 태국에서 오는 10월 18부작으로 방영될 예정인데, 그 중 8부정도가 한국을 배경으로 한다. 원작에서는 송혜교와 비가 만나 서로 사랑을 싹틔우는 곳이 중국인데, 태국판에서는 한국으로 바뀌는 것이다. 서울 명동, 청계천, 삼청동, 남산, 한강, 선유도공원, 인천 월미도, 인천공항, 호서대학교 등 촬영 무대를 보면 ‘한국 관광 홍보 영상’을 방불케 한다.
연출과 연기, 사업가로서도 다양한 재능을 뽐내는 아난다 에버링햄은 포토저널리스트인 호주계 부친과 라오스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지적이고 세련된 이미지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태국의 톱스타다. 태국의 시대극과 액션, 공포, 슈퍼히어로 무비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20여편에 출연했으며 특히 지난 2004년 출연한 호러 ‘셔터’로 한국과 아시아 전역에 얼굴을 알렸다. 태국을 대표해 신작 출연 때마다 부산국제영화제를 방문해온 아난다 에버링햄은 “태국과 한국 양국이 더 많은 공동제작을 했으면 좋겠다’며 “개인적으로도 한국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창동 감독을 좋아한다”고 엄지손가락을 꼽았다.
“한국 영화는 정부와 국민의 지원에 힘입어 대단한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태국은 대중영화가 많이 발전해있지만 아직까지 다양성이 부족하고 정부와 국민적인 지원이 미흡합니다.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감독을 정작 국내에서는 잘 몰라주는 사정이 대표적이죠. 태국영화가 잠재력이 큰 만큼 양국의 교류가 더 좋은 결과를 낼 것이라 믿습니다.”
아난다 에버링햄은 태국판 셜록홈즈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블록버스터 ‘쿤판’의 타이틀롤을 맡았으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될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신작 ‘콘크리트 클라우드’ 등에도 출연했다.
이형석 기자 suk@heraldcorp.com
사진=박해묵 기자@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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