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나영석(37)은 강했다. 지난 7월 4명의 ‘꽃할배’가 유럽 배낭여행을 떠난다는 프로젝트를 안고 안방을 두드렸다. 뚜껑이 열리자 시청자는 금세 화답했다. 첫회 최고시청률은 5.4%(닐슨 코리아ㆍ유료방송 가입가구 기준), 유럽에서 대만으로 이어진 마지막회까지 ‘꽃보다 할배’는 평균 6%대, 최고 9%대까지 치솟은 ‘전국민 공감예능’이 됐다. 벌써 대만ㆍ홍콩으로 수출되며 ‘할류’ 열풍의 선봉에도 섰다.
10여년을 근무했던 KBS를 떠나 CJ E&M에 둥지를 틀었던 건 ‘도전'이었다. “여러 고민이 있었다. 언젠가 중견의 자리가 되는데 안주하고 싶지 않았다”는 그는 “분발하고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찾았다. 부담도 적지 않았다. 사기업의 특성상 ‘성과’를 내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열심히 하고, 능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는 환경이다. 당연히 넋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는 것이다.
나영석 PD의 CJ E&M 상륙 첫 작품으로 태어난 ‘꽃보다 할배’는 대박의 연속이었다. 방송가는 “역시 나영석”이라고 치켜세웠지만, 그는 “네 분 어르신의 공이 크다”는 말로 ‘꽃할배’를 마친 소감을 대신했다.
“전략적인 치밀함”은 있었지만 복잡하게 생각한 콘텐츠는 아니었다. ‘1박2일(KBS2)’을 통해 여행예능의 재미를 봤던 나영석 PD에게 ‘여행’은 낯설지 않은 소재였다. 다만 평균연령 76세의 ‘할배’들이 유럽여행을 한다는 ‘새로운 발견’이었다.
“보편적인 것에서 보편적이지 않은 부분을 찾은 거라 생각합니다. ‘꽃보다 할배’가 엄청난 반향을 불러올 거란 생각은 못했죠. 프로그램의 반응을 보며 ‘이렇게 해도 되는구나’ 라는 걸 확인했던 작업이기도 하고요.”
나 PD는 세대를 아우른 프로그램의 성공요인은 전혀 새로운 걸 찾아낸 ‘발명’이 아닌 익숙한 것에서 낯선 것을 찾는 ‘발견의 과정’이 ‘꽃할배’ 안에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는 “드라마를 통해 익히 봐왔던 네 분에겐 특정한 이미지가 있지만, 실제 그분들이 어떤 모습인지에 대해선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다. 익숙했던 노배우들이 역할과 다르게 천진난만하게 여행을 즐긴다는 대리만족을 시청자들도 느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꽃보다 할배’는 일종의 ‘퍼플오션’이었던 셈이다. 익숙한 여행예능의 터전과 새로운 예능인이 만나자 의외의 웃음이 쏟아져 나왔고, 그 안엔 ‘공감’과 ‘소통’이 키워드로 등장했다. 평균 76세의 할배들과 아들세대인 이서진이 함께 하는 여행에서 찾아낸 키워드다. 나 PD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보완하기 위한 캐스팅한 이서진을 통해 다른 세대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했다.
“함께 여행을 하다보면 사실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많았어요. ‘장조림 사건’ 처럼요.(웃음) 하지만 어느 순간 이해하게 되더라고요. 그 나이대의 어르신들이 젊은이들에게 ‘꼰대’로 보이는 것과 그렇게 보이는 합당한 이유를 찾는 것은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함께 하는 시간을 통해 ‘자기만의 사정’을 찾는 과정이었죠.”
두 편의 여행예능으로 연타석 홈런을 쳤으면서도, 나 PD는 “여행은 진짜 싫다”고 말한다. “나 역시 일년에 며칠 휴가내서 가는게 전부인 평범한 직장인”이라며 “자주 다니지 못하고, 다시 돌아와야 한다. 숨막히게 일만 하는 직장인에게 여행이 주는 판타지가 있다. 일탈을 향한 그리움인 것 같다”는 말로 여행예능을 만드는 이유를 대신했다. 하지만 제작과 시청엔 간극이 있었다.
“사실 전 ‘라디오스타’나 ‘개그콘서트’를 정말 좋아해요. 그런데 두 프로그램 같은 진짜 재밌는 예능은 못 만들겠더라고요.”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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