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29회> 감추어진 승부 53

“그런데 말입네다, 쏜살같이 내빼는 경주 자동차와 강유리 선수가 꼴푸 치는 모습을 어드렇게 사진 한 장에 담을 수 있습네까? 사진기 샷따 속도가 서로 달라서 서로 어울리게 사진을 만들어내기 쉽지 않습네다.”

예원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를테면 두 피사체의 움직임 속도가 너무 차이 나서 셔터 속도를 맞추기 어렵다는 의견이었다. 동영상이 아니라 정사진을 찍어내는 사진작가로서 능히 고려해야 할 문제였다.

“아! 그건 아무 걱정도 할 필요없습니다. 가장 그림이 좋을 만한 경주용 자동차 한 대를 사막 같은 곳에 세워놓으면 되지요. 나는 그 앞에서 예쁘게 비키니를 입고 샷을 날리면 되는 일이고요.”

“속도 경쟁을 벌이는 자동차를 어드렇게 사막에 세웁네까?”

“그건 우리에게 맡겨주세요. 그럼 됐지요?”

강유리는 이렇게 말하면서 눈빛으로 재벌2세와 도종호 상무에게 동의를 구했다. 재벌2세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강유리 선수는 눈치가 빠르군요. 우리가 권도일 선수를 도중하차시키러 온 줄 어떻게 아셨어요?”

“호호호, 이심전심!”

강유리는 입을 크게 벌려 웃었다. 기획도 필요없고, 전략도 필요없는 게임이니 오죽 쉽고 재미있겠느냐는 투였다. 하지만 재벌2세와 도종호 상무는 심각했다. 권도일 선수의 성질머리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거성의 공식 랠리선수이면서 한편으로 거성의 상무 직함을 갖고 있는 권도일을 과연 순순히 도중하차시킬 수 있을까.

“유리 양, 아직 기뻐하긴 이릅니다. 로열 골드의 운전대를 잡고 있는 사람은 권도일 선수예요. 그는 이미 승부욕에 잔뜩 젖어있을 겁니다. 그 상태에서 어떻게 랠리를 포기하도록 만드느냐…그게 관건이지요.”

도종호 상무는 담배를 피워 물며 근심을 내비쳤다. 길게 뿜어져 나가는 담배연기가 그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었다.

“꿩을 잡기 어려우면 닭이라도 잡으면 되잖아요? 직급 높고 까탈스러운 권도일 선수가 말을 듣지 않으면…얼빵한 유호성 선수를 도중하차시키지요 뭐.”

“아! 그러면 되겠다. 하지만 유호성 선수도 고집을 부리면 어쩌지요?”

“그럼 머신을 고장내버리면 되지요. 다음 포스트에서 쉴 때…아니, 잠 들었을 때 부속품을 뽑아내면 그뿐 아닌가요? 권도일 선수에게 그런 짓을 했다간 후환이 조금 두렵지만 유호성 선수쯤이야 아무러면 어때요? 어차피 고용한 선수인데.”

“그거 들을수록 딱이네, 딱이야.”

재벌2세와 도종호 상무는 아예 서로 손뼉을 마주치며 좋아했다. 어차피 왕회장에게 이번 랠리에서 거성그룹의 의도가 드러나지 않도록 조용히 무마시키라는 명령을 받았는데 뭐가 두려울까? 권도일, 유호성 두 선수의 차를 모두 고장낸들 무슨 문제가 있으려나?

그러나 속으로 더욱 기뻐하는 사람은 강유리였다. 잘만 하면 손도 대지 않고 코를 풀 수 있는 기회였다. 권도일이야 어찌되던 상관할 바 없고…유호성으로 하여금 랠리를 포기하도록 하는 게 자신의 임무 아니었던가.

‘유호성이 랠리를 포기해야 그를 골프선수로 꼬셔내기 쉽단 말씀이야.’

그녀는 속으로 이렇게 외치고 있었단 말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앞길은 HY훌푸드 신희영 회장이 보장해줄테니 남의 손으로 코 풀고, 뒷짐 진 채 떡 얻어먹는 격이었다.

“고렇게만 된다면 내레 욕심껏 사진을 찍어서 조국에 널리 알리갔습네다.”

잠시 정황을 살피던 예원희도 기쁜 마음으로 맞장구를 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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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