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6> 감추어진 승부 (50) 글 채희문 | 그림 현경희

강준호는 멀찌감치 꽁무니를 뺀 지 오래였지만 옷을 훌훌 벗어던진 나시 족 아가씨의 몸매감상에 넋이 빠진 3류 감독은 그저 몽롱해져 있을 뿐이었다. 음산하게 여겨지던 동파만신원 주변의 공기는 어느새 풋풋한 복숭아 향으로 바뀌어있었고, 습기 머금은 채 불어오던 바람은 오히려 살랑살랑 피부를 간질이는 것만 같았다.

“자, 자! 얘야. 너무 성급하게 굴지 마라. 오랜만에 신체검사부터 해보자꾸나.”

잠시 꼴뚜기 짓을 멈춘 3류 감독은 땅바닥에 누운 나시 족 아가씨의 가랑이 사이에 단정하게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 그리고 길게 심호흡을 하더니… 오랜 가뭄 끝에 소나기 만난 지렁이처럼 나시 족 아가씨의 가랑이 틈새에서 꿈틀대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신체검사를 하는 중이었다. 느닷없이 웬 신체검사냐고? 자고로 상열지사를 앞두고 벌이는 신체검사에는 오묘한 뜻이 담겨있는 법이다. 그 유명한 이몽룡도 성춘향과 첫날밤을 지새우기 전에 신체검사부터 진하게 벌이지 않았던가. ‘이리 오너라~ 앞을 보자. 뒤로 돌아라~ 뒤태를 보자’ 뭐 이러면서 놀았다고 하던데…

이몽룡이 그랬던 것처럼… 3류 감독이 그저 아름다운 나시 족 여인의 자태를 눈 속에 오래도록 새겨두려 했다면 더 이상 할 말은 없다. 그러나 과연 그랬을까? 서울 강남에서의 화류계 경력이 30년에 달하는 그가, 과연 이몽룡처럼 순수하기만 했을까?

“가만히 좀 있어라. 자고로 여자들 명기 중엔 용주, 비룡, 원족을 으뜸으로 찬다 했거늘… 너는 어떤 축에 드나 좀 살펴보자.”

3류 감독은 그녀의 한쪽 다리를 번쩍 들어 올리며 중얼대기 시작했다. 하긴 상열지사를 벌이는 동안 닭살 돋는 대사가 오가야 제 맛일 테지만, 나시 족 아가씨와는 도통 말이 통하지 않으니 혼자서라도 중얼거릴 수밖에.

“거 참 이상하다. 아까 보아하니 네가 웃을 때 양 볼에 보조개가 움푹 파여 있던데… 어째서 모양이 다를까?”

“으흥, 으흥 #$%^&*”

“어디 다시 한 번 살짝 웃어봐라.”

“아항, 아항 #$%^&@”

이 남자가 어째서 위를 봤다 아래를 봤다, 오락가락하는지 그녀로서는 도통 알 재간이 없었다. 그저 마음이 급할 따름인데 애먼 짓만 하고 있으니 짜증이 솟구치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3류 감독의 태도는 진지했다. 그녀의 볼에 움푹 파인 보조개를 발견한 순간부터 대어를 낚았다는 흥분에 젖어있었던 것이다.

용주, 비룡, 원족… 여자들의 은밀한 비너스에 품계를 매긴다면 이 셋은 당당히 정일품, 정승 급에 속할 것이다. 현대 의학용어로는 G-스포트라고 해야 할까? 용이 품었음직한 구슬이 비너스 속에 알차게 들어있어 남자를 황홀경으로 이끄는 명기가 용주, 이를테면 여의주를 품은 명기렸다? 그렇다면 비룡은?

비너스를 감싸고 있는 은밀한 꽃잎이 유사시에 용처럼 훨훨 날개 짓을 하는 꼴이니 이 또한 남자를 황홀경으로 이끄는 정승 급이다. 관상에 빗대어 본다면 양 볼에 보조개가 있는 여자들이 여기에 해당한다는데…

“거 참 이상하다. 이상해.”

어째서 관상과 다르냐는 뜻이겠지… 3류 감독은 나시 족 아가씨의 가랑이를 한번 들여다보고는 고개를 갸우뚱, 얼굴을 올려다보고는 다시 갸우뚱 거릴 뿐이었다. 어쨌거나 벌 받는 아이처럼 무릎 꿇고 앉아서 갸우뚱거리는 꼴이 우습기 짝이 없었다.

“원족도 아니고…”

원족이란 곧 원숭이 다리를 일컫는 말이니 그 형태가 어떨지는 대충 알아서 헤아리시기 바란다. 아무튼 3류 감독은 그토록 해괴한 짓을 하느라고 주위가 횃불로 점점 밝아져 온다는 사실도 감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횃불을 든 자들은… 대절택시 기사를 앞세운 채 다가오는 나시 족 청년들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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