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와 중학교 다니는 조카들이 난리에요. 이종석과 서인국을 보러 간다면서 한달여전부터 손을 꼽고 있어요.”
한 영화관계자가 오는 30일 개봉하는 ‘노브레싱’을 두고 한 말이다. 지난 22일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이 영화의 언론배급시사회 후 만난 또 다른 30대의 영화관계자는 “작품 자체는 별 게 없다, 개인적으로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대사와 장면도 적지 않았고, 전반적으로 지루했다”면서도 “그래도 관객이 들만큼은 들지 않겠느냐”며 흥행가능성에 대해선 비교적 높은 점수를 줬다. “이종석과 서인국의 팬들이 일단 객석을 메울 것”이라며 “두 스타와 그들의 팬들을 위한 기획 맞춤 영화”라고 평했다. 작품성에 대해선 야박한 평을, 흥행성에 대해선 후한 의견을 낸 전문가들의 반응은 대체로 비슷했다.
‘노브레싱’은 실제로 개봉을 앞둔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의 예매율 순위에서 29일 오전 현재 점유율 26.9%를 기록하며 ‘그래비티’(22.5%)와 ‘토르:다크 월드’(12%)를 제치고 1위를 달렸다. 인터넷 예매사이트 맥스무비에선 예매관객의 남녀 비율이 각각 15%와 85%로 여성관객이 압도적이었다. ‘노브레싱’은 천재적인 수영선수인 두 청년의 경쟁과 우정, 사랑을 담은 영화다. 성인 관객들이 보기에는 유치한 대사와 어설픈 코미디, 진부한 줄거리로 일관해 상영시간 끝까지 좌석을 지키는 게 쉽지만은 않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이종석과 서인국의 몸매와 개인기를 보여주기에 바쁘다. 그래도 개봉을 앞두고 인터넷 영화 섹션엔 두 배우에 대한 ‘애정고백성’ 기대 평점이 넘쳐난다.
이처럼 최근 극장가에선 TV와 가요계로부터 몰고온 젊은 스타들의 팬덤이 영화의 인지도와 흥행성적에 막중한 역할을 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찾아보기 힘들었던 ‘청춘스타’ 흥행파워의 부활이다. 한국영화는 여전히 송강호, 김윤석, 설경구, 최민식 등 연극 무대 출신의 40대 중후반의 배우가 중심을 형성하고, 30대에선 하정우가 최고의 티켓파워를 자랑하는 가운데, 부활한 20대 청춘스타의 팬덤이 흥행판도의 중요한 변수로 새롭게 떠오른 것이다.
그 뚜렷한 기점은 지난해 10월말 개봉했던 송중기의 ‘늑대소년’이다. 이어 김수현이 ‘은밀하게 위대하게’로 한국영화계 최고의 ‘블루칩’임을 입증했다. 이 두 편의 작품은 젊은 관객들이 선호하는 장르 및 이야기와 청춘스타의 결합이라는 공식과 ‘트렌드’를 명확하게 보여줬다. ‘늑대소년’은 ‘트와일라잇’ 이후 청춘영화의 히트 아이템으로 떠오른 ‘괴물(야수, 뱀파이어, 좀비)+로맨스’라는 유행을 따랐고,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젊은층들이 선호하는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 ‘완득이’로 성공을 거둔 유아인도 ‘깡철이’에서 다시 한번 20대의 선두주자 중 한명임을 확인했다. ‘깡철이’는 앞서의 2편과 다르게 ‘조폭액션+가족애’라는 다소 유행에 뒤처진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지만, 유아인이 출연함으로써 젊은 관객들을 극장에 끌어올 수 있었다.
가수로 출발한 아이돌스타들의 활약도 늘고 있다. ‘배우는 배우다’의 경우 청소년관람불가영화로 흥행에선 다소 고전하고 있지만, 주연인 엠블랙 출신 이준의 팬덤이 관객동원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십대의 어린 팬들은 영화를 볼 수 없지만, 이준의 출연은 영화의 인지도를 높였고, 성인 여성팬들을 극장으로 불러들였다. 빅뱅 멤버 탑으로 더 잘 알려진 최승현은 첫 단독 주연을 맡은 ‘동창생’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역시 가요계에서의 팬덤을 스크린에까지 이어갈 지 기대를 받고 있다.
이들 청춘스타들의 작품은 다른 작품에 비해 여성관객의 지지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 일반 영화의 인터넷 예매 남녀 비율이 45대 55 선인 반면 TV와 가요계에서 인기를 얻고 스크린에 진출한 20대 청춘스타들의 주연작은 3대7에서 2대8까지 여성관객의 비율이 치솟는다.
청춘스타의 활약을 보는 영화계의 시선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40대의 남자배우가 주도하고 성인 남성 취향의 장르와 이야기가 대세로 자리잡은 과거 10여년간의 유행으로부터 한국영화 관객의 연령과 성별의 폭을 넓히고 장르와 소재를 다양화할 것이라는 게 긍정적인 변화로 보는 시선이다. 또 한국영화의 주연배우층을 넓고 두텁게 하리라는 기대도 있다. 반면, 젊은 스타의 팬덤에 기댄 가볍고 안일한 기획영화가 양산될 수도 있다는 걱정도 적지 않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