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과금액 대부분은 미국에

‘국제 뇌물사건 6조원대 벌금은 미국 변호사 몫(?)’

헐리우드 영화에는 아랍국가의 부패한 권력자와 서구권 비즈니스맨들이 은밀히 만나는 장면이 종종 그려진다. 어두침침한 조명의 테이블 위로 비즈니스맨들이 검은 서류 가방을 건네고, 상대방은 그 안에 가득찬 달러를 확인하고 흡족한 미소를 짓는다.

이같은 일은 그저 영화 속 장면만은 아니다. 글로벌 기업들이 저개발 국가의 이권을 차지하기 위해 해당 국가의 공무원이나 실세들에 뇌물을 건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실제로 최근 영국의 건설회사 ‘마베이 & 존슨(Mabey & Johnson)’은 이라크의 다리 건설을 수주하기 위해 공무원에 돈을 건넸고, 가나와 자메이카에도 뇌물을 공여했다.

영국의 중대 사기 수사국(Serious Fraud Office )에 적발된 이들은 가나에 65만8000파운드, 자메이카에 13만9000파운드, 이라크에 61만8000파운드를 돌려줄 것을 명령 받았지만 이라크와 자메이카에만 벌금을 돌려주고 가나에는 주지 않았다.

27일(현지시간) 국제뇌물 등 기업들의 해외 부정부패를 감시하기 위한 세계은행과 국제연합(UN)의 ‘자산회수 이니셔티브(Stolen Asset Recovery Initiative)’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999년에서 2012년 중반까지 395건의 해외 부패사건이 뇌물을 받은 국가가 아닌, 기소한 나라의 법정에서 처벌을 받았다.

미국은 해외부패방지법(FCPA), 영국은 뇌물수수법(Bribery Act) 등을 제정해 해외 뇌물 제공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395건의 사건 중 약 70%가 해외 뇌물수수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미국이 기소한 경우였다.

하지만 막상 기업들에 부과된 벌금은 대부분 해당국가로 되돌아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합의를 통해 부과된 58억달러(6조 1600억원)의 벌금 중 1억9700만달러, 약 3%만이 뇌물 사건이 일어난 국가로 되돌아갔고 대부분은 미국에 머물러 있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관계자의 인용, “겨우 3%의 벌금만 제자리를 찾아가는 이유는 해당 국가가 공무원들의 뇌물수수를 처벌하는데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미국이나 영국, 독일, 스위스 같은 국가는 자국 기업들이 보다 공정한 ‘판’에서 경쟁을 벌일 수 있도록 부패사건에 거액의 벌금을 부과한다는 것이다.

월드뱅크 역시 보고서에서 “대부분의 합의 과정에 뇌물을 받은 공무원이 있는 국가는 참여하지 않았고,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추가 방책도 강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자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