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한국증시를 지탱해온 연기금이 연말을 앞두고 장바구니를 넓히고 있다. 2011년 이후 다시 한 번 ‘순매수 10조원’의 벽을 넘을지 주목된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11월 들어 지난 19일까지 7290여억원을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한 달 순매수 금액 4000억원을 벌써 뛰어넘은 수치다. 연말 배당 시즌을 앞두고 배당주와 저평가 종목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으로 분석된다. 2013년 이후 19일 현재 한국증시에서 총 8조9723억원을 순매수하고 있다.

연기금은 자산 포트폴리오 구성의 다각화를 위해 국내 주식 규모를 점차 늘려왔다. 2011년에는 12조8045억원을 순매수하면서 한국거래소의 전산화 집계가 이뤄진 2001년 이래 처음으로 10조원 벽을 돌파했다. 작년에는 유럽발 재정위기 등 악재로 4조원대까지 떨어졌지만 올해 다시 장바구니 규모를 부쩍 늘리기 시작했다.

올해 연기금이 가장 많은 ‘러브콜’을 보낸 종목은 단연 삼성전자다. 전날까지 1조4000여억원의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였다. 전체 순매수 규모에서 15%가량을 차지한다. ‘큰손’ 국민연금의 경우 지난 상반기 말 기준으로 삼성전자 지분 7.43%를 획득하며 1대주주에 올라 있다.

연기금의 러브콜 2위는 한국전력으로 올 들어 5000억원가량을 사들였다. 이어 POSCO(4000억원), 현대차(3500억원), 기아차(3400억원)가 뒤를 이었다. 반면 가장 외면한 종목은 NAVER로 전날까지 약 1700억원을 순매도했다. 주가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으로 풀이된다. 이어 SK하이닉스(1260억원), LG전자(1260억원), 한국타이어(1210억원) 등도 올 한 해 연기금의 외면을 받고 있다.

현재와 같은 강도로 매수 추세가 유지된다면 사상 두 번째로 10조원 돌파가 무난하다는 관측이다. 우선 국민연금의 자금 집행력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투자 규모는 현재 83조원 수준으로 예상목표치인 86조원에 아직 3조원가량 덜 집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증시가 연기금이 적극적으로 매수하는 구간(PER 8~9배)에 들어가 있고 국민연금의 자금 집행여력을 감안한다면 연기금의 매수 기조는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11~12월의 매수 가능 금액은 1조6000억원에서 3조2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대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