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 무자료 거래로 수백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인쇄업체 대표와 비자금을 관리하며 고객 돈 수십억원을 횡령한 ‘보험왕’ 출신 보험설계사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20년 동안 60여개 차명계좌를 통해 500억원 상당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234억원을 캐나다로 반출한 혐의로 인쇄업체 대표 L(69)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은 또 L 씨의 자금을 관리하며 L 씨 몰래 60억을 빼내 사용한 혐의로 Y(58ㆍ여)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보험계약을 대가로 L 씨의 아내에게 돈을 건넨 G(58ㆍ여)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L 씨는 대구ㆍ인천에서 인쇄업체를 운영하며 불법조성한 500억원 상당을 각종 비과세 보험 상품에 장기간 투자해 은닉함으로써 세무당국의 추적을 피하고 자금을 세탁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L 씨가 총 500억원 대의 불법자금을 조성한 사실을 확인했으나, 해당자금의 원천을 확인할 수 있는 수표ㆍ어음 등 사본이 5년간만 보관돼 있어 110억원 상당의 무자료 거래만을 입증할 수 있었다”며 “이 가운데 L 씨가 유용한 37억원에 대해 횡령 혐의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경찰 수사 결과, L 씨는 불법자금을 1992년부터 2008년께까지 국내 양대 보험사인 S생명보험과 K생명보험의 각종 비과세 보험 상품 약 600여개에 분산 가입했고, 이 가운데 234억원을 2010년께 캐나다로 반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과세 보험상품은 세무당국에 통보가 되지 않는 점을 악용해 불법자금 추적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암암리에 활용되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한편 Y 씨는 전무급 대우를 받는 S생명보험 보험설계사로, 2001년부터 200억원 상당의 L 씨의 보험 150여개를 독점 관리해 수년간 ‘전국 보험왕’에 오르는 등 화려한 경력으로 주목을 받았다. G 씨 역시 K생명보험사 보험설계사로 1985년부터 L 씨의 200억원 상당의 보험 150여개를 독점 관리해 ‘올해의 보험왕’에 올랐다.

Y 씨는 L 씨가 불법 조성한 자금을 수백여개 비과세보험 상품으로 가입시키고, 만기가 도래하면 다른 상품으로 갈아타는 수법으로 자금을 관리해 왔다.

한편 Y 씨는 2007년 3월께 L 씨의 보험 200여개를 다른 보험 상품으로 변경하겠다며 해약한 뒤 보험금 101억원을 수령해 이 가운데 60억원을 부동산 구입 등 개인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Y 씨와 G 씨는 ‘보험왕’ 입지를 유지하기 위해, L 씨의 아내 M(68ㆍ여)씨에게 보험가입 및 유지 대가로 총 5억7000여만원을 건넨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비과세 금융상품이 불법자금 은닉에 사용되고 있다”며 “세무당국의 철저한 관리ㆍ감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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