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 지난 2005년 8월18일 대전 중구 문화동 한 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해 일가족 4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부검 결과 숨진 가족의 사체에서 독극물 흔적이 발견됐다. 하지만 유력한 용의자인 남편 A 씨는 화재 당시 PC방에 있었단 사실을 알리바이로 삼으며 범행을 부인했다. 화마가 삼켜버린 집에서 증거를 찾기도 어려웠다.

경찰은 A 씨의 사무실에서 컴퓨터를 확보하고 수사에 착수, A 씨가 아내 명의로 보험을 가입하고 자살사이트를 통해 독극물을 구입한 사실을 밝혀냈다. 컴퓨터를 매개로 범죄 증거자료를 확보하는 ‘디지털포렌식’의 개가였다.

당시 수사를 맡은 충남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장 김선영(47ㆍ사진) 경정의 공이 컸다. 김 경정은 국제공인 증거분석 자격증 EnCE를 경찰관 최초로 획득하고, 각종 암호분석 기법, 메타데이터 분석을 개발해 사이버수사 역량 강화에 기여했다. 그는 사이버수사대에 몸담기 이전에는 강력사건을 담당하는 등 10여년간 현장 경험을 쌓은 형사이기도 했다. 수사경험이 풍부한 김 경정에게 IT 기술은 범죄수사의 꼬인 실타래를 풀어갈 귀중한 자산이 되었다.

현재 대전지방청 사이버수사대장을 맡고 있는 김 경정은 최근 판돈 9000억원대 국내 최대 인터넷 도박조직을 검거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수사는 사이버수사대원 5명이 꼬박 9개월에 걸쳐 밤낮없이 수사에 매달린 성과”라며 “아직 환수하지 못한 범죄수익금을 찾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범죄는 온라인ㆍ오프라인 경계가 사라지고 디지털 흔적은 살인ㆍ강도 등 모든 범죄와 연계돼 있다”며 “범죄 수법이 날로 지능화됨에 따라 사이버 수사 역량이 경찰 수사력을 좌우할 것”으로 진단했다.

김 경정은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사이버치안대상 수여식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국무총리 표창은 대구지방경찰청 누리캅스 회장인 배영호 씨가 받았다. KBS 개그콘서트 ‘황해’팀 6명도 범죄 예방 공로가 인정돼 경찰청장 감사장을 받았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