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하남현 기자] 142조원이라는 천문학적 빚더미에 앉아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부채 이자로만 하루에 123억원을 내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 2012년 경영실적에 따른 성과급으로 올들어 7월까지 임직원에게 900억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 1인당 평균 1360만원의 성과급을 받은 셈이다

국정감사 때마다 단골로 지적된 공공기관의 성과급 잔치 행태는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공공기관 부채가 지난해 493조원에 달하고 올해는 5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행태는 오히려 극에 달하고 있다는 지적이 팽배하다. 정부가 과도한 성과급 지급 관행에 제동을 걸고 나선 이유다.

▶성과급 파티에 학자금 무한지원= 올해 국정감사 결과 지난해 부채 상위 10대 공공기관들은 부채액이 평균 4% 증가했음에도 고액 성과급을 임직원들에게 나눠준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이낙연 민주당 의원이 부채 상위 10개 공공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이들 기관이 성과급으로 지급한 돈은 모두 6102억5300만원에 달했다.

그 중 기관장을 제외한 임직원에게 지급한 1인당 성과급은 최소 93만5000원(한국석유공사)에서 최고 1706만8000원(한국수자원공사)에 달했다. 기관장은 최소 2719만5000원(한국철도시설공단), 최고 1억8130만1000원(한국가스공사)을 성과급으로 받았다.

직원들의 과도한 복리 후생 역시 끊임없이 지적되는 사항이지만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경우 가족에 채용에 혜택을 준다는 규정을 둔 곳도 있었지만 일부 기관은 업무 외 개인적인 이유로 사망한 경우나 심지어 정년퇴직한 경우까지 혜택을 주도록 단체협약에 명시한 경우도 있었다.

조항이 사문화되거나 폐지된 경우도 있었지만 한국철도공사 등 5곳은 이 규정을 통해 총 22명을 실제로 채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가 자녀학자금 지원을 융자로 전환토록 예산편성지침을 개정했는데도 이를 지키지 않아 지적받은 경우도 여전했다.

한국전력공사는 최근 3년간 직원복지에 1조895억원(성과급 포함)을 지급한데다 직원들에게 한도액 없이 무상으로 학자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공공기관 부채가 계속 악화돼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국가 재정으로 충당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며 “매년 반복되는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정부 방만경영 행태 손본다 = 공공기관의 방만경영과 도덕적 해이가 개선되지 않자 정부는 잇따른 대책을 내놓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최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과 예산낭비는 매년 반복되는 고질적인 문제”라며 “다시는 국감에서 똑같은 지적이 반복되지 않도록 획기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방만경영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 성과급 지급 제한 규정을 마련하고 나섰다. 또 최근 공공기관들로부터 단체협약 내용을 제출받아 고용세습과 같은 불합리한 조항을 점검해 시정을 권고하고 공공기관 지침에 위반될 경우 경영평가에 불이익을 준다는 방침이다.

또 앞서 지난 7월 발표한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방향을 통해 정부는 공공기관의 재무관리계획 이행 실적을 2014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하고 공공기관 부채의 증가 항목과 내역, 증감 원인을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알리오)에 투명하게 밝히도록 한 바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공기관들이 잘못된 경영 행태를 꾸준히 개선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눈높이에는 여전히 한참 모자란 수준”이라며 “정부가 잘못된 관행을 시정토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당 기관의 자율적인 개혁의지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