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더스 게임
이렇게 비유하면 될까? 마법 대신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을 배운 ‘해리포터’ 같은 소년이 있다. 그는 영재 마법사들의 학교인 ‘호그와트’ 대신 엘리트 전사들의 훈련소로 간다. 외계인과의 우주 전쟁에 투입된 소년은 지구 방위군을 지휘하며 인류의 지도자가 된다. 그는 인류를 구원할 유일자, ‘더 원’(The One) 이라고 불린다. 영어로 ‘원’(one)의 철자를 뒤바꾸면(애너그램: 문자의 배열을 바꿔 새로운 단어를 만드는 놀이) ‘네오’(neo)가 된다. ‘매트릭스’의 주인공 이름 말이다. 1985년 출간된 오슨 스콧 가드의 소설 ‘엔더의 게임’과 이를 영화화한 개빈 후드 감독의 ‘엔더스 게임’의 주인공 소년 ‘엔더’의 이야기다.
말보다 먼저 스마트폰의 조작법을 배우고, 책보다 먼저 태블릿 PC의 화면을 넘기는 어린 세대를 위한 성장담과 영웅담이 바로 ‘엔더스 게임’이다.
SF영화 ‘엔더스 게임’은 외계인의 침공으로 위기에 처한 인류가 지구 방위군 혹은 우주 함대를 지휘할 단 한 명의 영웅이자 지도자로 한 소년을 선택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왜 성인이 아닌 어린 소년일까? 영화 속 전투학교의 교관 ‘그라프 대령’(해리슨 포드 분)은 “어린아이가 (전략 대결에서) 복잡한 정보를 해석하는 데 성인보다 훨씬 뛰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 바둑에서 앳된 소년 기사가 성인 고수를 물리치는 일이 드물지 않고 컴퓨터 게임에서 어른들이 아이들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을 감안한다면 영화 속 ‘가설’은 충분히 타당성과 설득력을 가진다.
2086년. 인류는 지구를 식민지화하려는 외계 종족 포빅의 침공을 받아 속수무책으로 당하다가 단 한 명 영웅의 활약으로 멸망의 위기에서 가까스로 살아남는다. 또 다른 전쟁에 대비해 우주함대를 결성한 인류는 과거의 경험에 바탕해 천재적인 지능과 전략, 전투능력을 갖춘 소년 지도자들을 키운다.
우주 함대 교관인 ‘그라프 대령’은 훈련생 중에서도 ‘엔더’(아사 버터필드 분)를 최후의 전쟁을 이끌 단 한 명의 지도자로 꼽는다. 엔더는 과도한 폭력성으로 전투학교의 유망주에서 탈락한 형과, 지나친 연민 때문에 낙오한 누나로 인해 내면의 상처를 가진 소년. 하지만 적과 전략을 이해하는 탁월한 지능과 부하들을 동원하는 천재적인 리더십, 빠르고 단호한 결단력의 카리스마를 지녔다. 갈등과 번민 속에서도 엔더는 최고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증명하며, 우주 함대 최고 사령관이 되기 위한 최후의 관문인 ‘가상 전투’에 나선다.
엔더는 강인한 정신과 육체를 지닌 소년 영웅이지만 자신의 내면에서 불쑥 불쑥 고개를 드는 폭력성과 보이지 않는 적의 실체에 대한 회의와 연민, 아무도 도와줄 수 없는 최고 지도자 역할에 뒤따르는 절대 고독에 때로 좌절과 방황에 빠지기도 한다. 우주 공간과 우주 공간을 여행하는 전투함대를 재현한 영상이 첨단의 위용을 자랑하는 가운데 인류 구원자로서의 운명을 자각하는 소년 영웅의 성장담이 펼쳐지는 작품이 ‘엔더스 게임’이다.
타이틀롤을 맡은 아사 버터필드는 올해 15세의 배우로, 용의주도하고 카리스마가 넘치는 매력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엔더스 게임’은 이전에 나온 여러 영화와 게임들을 연상케 하지만, 사실은 원작 소설이 ‘해리포터’ 시리즈와 ‘매트릭스’ ‘스타크래프트’ 등에 영향을 준 것이 먼저다. 31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이형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