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2> 저 높은 곳을 향하여 (13) 글 채희문 | 그림 현경희
강 건너 북한의 신의주 땅이 보이는 곳, 중국 랴오닝성에 위치한 단둥에 도착해서야 강준호는 그의 딸 강유리와 직접 통화할 수 있었다. 강준호는 중국 국내선 비행기와 버스를 이용해서 저녁나절에야 겨우 도착할 수 있었고, 강유리는 모래바람이 심해질 것이란 일기예보 덕택에 움라우트 패튼이 마련해준 특별기편으로 창춘을 거쳐 단둥으로 찾아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이다. 움라우트 패튼과 예원희, 그리고 통역원과 함께였다.
지금도 5개국 관통 랠리 팀의 드라이버들은 물론, 그 뒤를 따르는 클래식 카 동호회원들도 엔진출력을 최고로 높여가며 산악도로를 질주하고 있을 것이다. 정식 랠리 팀은 두룰룬 산맥을 통과하여 내몽골자치구의 주변을 돌아오는 끝자락 길을 달리는 중이었다. 하지만 클래식 카 동호회원들은 베이징 북쪽의 낮은 구릉지역을 통과해 일직선으로 단둥을 향해 들어오고 있었다. 벌써 경기가 시작된 지 열흘가량이 지났으므로 어느새 그들은 야수처럼 변해서 죽기 살기로 운전대에 매달려 있을 뿐이었다.
“유리냐? 너 지금 어디에 있어?”
“아빠? 난 지금 인민광장 로터리에 있어요. 무슨 로터리가 이렇게 커? 건너편이 보이지도 않을 지경이에요.”
“어디 아무 식당에나 들어가서 전화해라.”
“아빠, 여기가 중국이야? 아니면 북한이야. 길가에 북한말투로 적힌 식당 간판들이 줄지어 있어요. 어쨌든 저기… 103번 버스 정류장 옆에 모회산 식당이란 게 있네. 겉보기에 그럴싸해요. 그리로 들어가 있을게요.”
“모회산 식당? 알았어. 내 곧 그리로 가마.”
낯선 곳에서 부녀는 이렇게 만날 약속을 했다. 아직 강준호가 도착하려면 30분 이상이나 기다려야만 했는데… 벌써부터 움라우트 패튼 회장은 마른침을 삼키며 걱정하기 시작했다. 그가 물고 있던 시가는 타다만 채 끝에 허연 재만 매달려 있을 뿐이었다.
“회장님, 담뱃불 꺼졌네요. 무슨 걱정거리 생겼어요?”
강유리가 동행한 통역원에게 먼저 말하면 그 통역원은 즉시 움라우트 회장에게 독일어로 그 내용을 전했다. 그러면 움라우트 회장이 뭐라 대답하고… 그 후에 통역원이 우리말로 번역해주곤 했으니 한 마디씩 하기가 복잡하기 짝이 없었다.
“곧 장인어른을 만나게 될 것이라 생각하니 떨린답니다.”
“어머나? 장인어른?”
강유리는 참지 못하고 폭포수처럼 웃음을 쏟아냈다. 그 대답을 듣고서 움라우트 회장의 모습을 찬찬히 바라보니 웬걸, 그의 외모가 오히려 아버지 강준호보다 훨씬 더 늙은이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장인어른이라… 장인어른. 거 참 신경 쓰이는 말이네요.”
‘신경 쓰인다’는 말을 저 통역원은 움라우트 회장에게 과연 어떻게 설명할까? 강유리는 실없이 터져 나오는 웃음을 제어하지 못했다. 하지만 곰곰 생각할수록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아직 혈기왕성한 장인에 수염이 더부룩한 늙은 서양인 사위?
“저 강 건너가 노스코리아랍니다. 쌍안경 20분 빌리는데 5위안이라네요. 저걸 빌려서 강 건너 신의주 땅을 구경하자는 데요?”
통역원이 이렇게 말하는 동안 움라우트 회장은 두 팔을 벌리고 어깨를 움찔거리는 중이었다. 오케이냐고 묻는 몸짓이었다. 하긴 조악하나마 쌍안경을 빌려서 보면 6ㆍ2 5때 연합군에 의해 끊어졌다는 압록강 단교도 세밀하게 볼 수 있겠지. 맨눈으로도 ‘압록강 각’이란 식당 간판이 보일 정도였으므로 쌍안경을 통해 보면 2층 청기와에 달라붙은 새똥까지도 훤히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회장님, 내가 홍도야 울지 마라 주인공 같지 않아요? 돈에 울고 사랑에 속고….”
과연 통역원이 이 말 뜻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 강유리는 문득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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