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 이후 12년만 최중량급 메달

인상 131㎏·합계 299㎏ 2개 신기록

박혜정 ‘한국 신기록’ 은빛 피날레
11일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역도 여자 81㎏ 이상급에 출전한 박혜정이 한국 신기록 인상 131㎏에 성공한 뒤 포효하고 있다. 파리=이상섭 기자

‘포스트 장미란’ 박혜정(21·고양시청)이 생애 첫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혜정은 1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 6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역도 여자 81㎏ 이상급 경기에서 인상 131㎏, 용상 168㎏, 합계 299㎏을 들어 2위를 차지했다. 합계 309㎏(인상 136㎏·용상 173㎏)을 든 ‘세계 최강’ 리원원(중국)은 넘어서지 못했지만 2위 경쟁에서는 압승을 거뒀다. 합계 288㎏(인상 126㎏·용상 162㎏)을 든 3위 에밀리 캠벨(영국)을 제치고 은메달을 획득했다.

박혜정은 지난 4월 자신이 작성한 여자 최중량급 합계 한국 기록 296㎏을 3㎏ 넘어선 한국 신기록도 세웠다.

우승을 확정한 리원원은 용상 174㎏을 시도하지 않고, 코치를 번쩍 드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날 박혜정은 인상 1차 시기에서 123㎏을 가볍게 들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2위 경쟁자 캠벨이 인상을 126㎏으로 마치자, 박혜정은 인상 2차 시기 127㎏, 3차 시기 131㎏을 연이어 성공하며 경쟁에서 앞섰다. 인상 한국신기록도 세웠다.

용상에서도 기세는 이어졌다. 박혜정은 용상 1차 시기에서 163㎏을 번쩍 들었고, 2차 시기에서 168㎏에 성공하며 합계 한국신기록(299㎏)을 작성했다. 용상 3차 시기 173㎏은 들지 못했지만, 합계 2위 자리를 지키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지난 2020 도쿄 대회에서 ‘노메달’에 그쳤던 한국 역도는 대회 마지막 날 박혜정이 은빛 바벨을 들면서 파리에서는 은메달 1개를 수확했다.

박혜정의 메달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윤진희(동메달) 이후 8년 만이다. 이로써 한국 역도의 역대 올림픽 메달 수는 17개(금 3개, 은 7개, 동 7개)로 늘었다. 이 중 메달 4개(은 2개, 동 2개)는 다른 나라 메달리스트들이 ‘사후 도핑’에 적발돼 한국이 승계한 것이다.

박혜정은 2004 아테네 대회부터 2012 런던 대회까지 금·은·동메달을 한 개씩 따낸 장미란 차관 이후 12년 만에 탄생한 ‘여자 역도 최중량급 한국인 메달리스트’가 되는 영예도 누렸다. 또한 파리 올림픽 한국 선수단의 마지막 메달리스트로도 기록됐다.

박혜정은 대회 전부터 유력한 메달 후보로 꼽혔다. 지난 4월 태국 푸켓에서 열린 2024 국제역도연맹(IWF) 월드컵 여자 최중량급 경기에서 박혜정은 인상 130㎏, 인상 166㎏, 합계 296㎏을 들어 합계 325㎏(인상 145㎏·용상 180㎏)을 든 리원원에 뒤이어 2위에 올랐다.

박혜정은 리원원이 경기 중 부상을 당한 2023년 9월 세계선수권, 리원원이 부상으로 결장한 10월 아시안게임에서 연거푸 우승하며 최중량급의 ‘확실한 2위’ 자리를 굳혔다.

박혜정은 메달 색에 관해서는 말을 아꼈지만, 은메달을 겨냥하고서 대회를 준비했다. 실제로 박혜정은 인상 1차 시기 123㎏, 용상 1차 시기에서 165㎏를 들고서 차근차근 무게를 늘려 2위 경쟁에서 앞서갔고 은메달을 따냈다.

은메달의 영광 뒤에는 아픔도 서려 있다. 박혜정은 지난 4월 모친상을 치르고서 태국으로 건너가 파리 올림픽행 티켓을 따냈다. 슬픔을 꾹 누르고 따낸 파리행 티켓은 사우스 파리 아레나 6에서 은빛 메달로 변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박혜정의 아버지와 언니, 박혜정이 삼촌이라고 부르는 방송인 전현무, 야구 선수 출신 김병현 등이 찾아 박혜정을 응원했다.

안효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