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글로벌 자산운용사 프랭클린템플턴은 9일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금융투자소득세 등 세제 개편을 둘러싼 정치적 논쟁으로 가시적 성과를 보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프랭클린템플턴은 9일 보고서를 통해 "밸류업 프로그램이 성공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지만 소액 투자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배당소득세와 금융투자소득세 등 현행 조세 제도가 한국의 주주가치를 제고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봤다.
현행 법상 2000만원 이하의 배당소득에 대해서는 15.4%의 배당소득세가 부과되며, 배당 소득이 2000만원을 초과할 경우에는 49.5%의 세율이 적용된다. 높은 수준의 배당세는 대주주들이 굳이 배당금을 늘리면서까지 주주환원에 나설 동기를 부여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대주주가 소액 주주들의 이익을 해칠 수 있는 수단들을 통해 기업 가치를 이용할 수 있다"고도 프랭클린템플턴은 지적했다.
또한 창업주 일가가 낮은 지분율에도 불구하고 재벌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 역시 문제점으로 꼽았다. 이는 전체 주주의 수익보다 시장 지분율을 우선시하는 지배 주주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프랭클린템플턴은 '밸류업' 정책은 기업 지배구조와 소액주주 권익에 대한 글로벌 스탠다드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경우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지속될 수 있다는 당국의 인식에서 비롯되었다고 분석했다.
또 세제 개편을 통한 인센티브 제공이 필요하지만, 지난 총선에서 야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확보하며 제도적 변화를 기대하기 더 어려워졌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자율성에 기댄 한국의 밸류업 프로그램은 ‘원칙준수·예외설명(comply or explain)’ 원칙을 기반으로 하는 일본의 기업 지배구조 코드와 다르다고 진단했다.
한편, 한국거래소가 오는 9월까지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출시하고 4분기 중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상장할 계획이라는 점에 대해선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긍정적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해당 지수의 편입 기준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고 밸류업 프로그램 자체가 강제성이 없어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