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후 대전시 서구 둔산동 대전시교육청 주차장에 '대전 사망 교사' 추모공간이 마련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 11일 오후 대전시 서구 둔산동 대전시교육청 주차장에 '대전 사망 교사' 추모공간이 마련돼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4년 가량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 선택을 한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가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당한 이유가 공개됐다. 또 A씨는 아동학대로 고소되기 전 학교 폭력 가해자로 지목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 신고까지 당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유족 측은 가해 학부모들의 입장문에 대해 분개하고 있으며, 법적 대응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13일 YTN 뉴스라이더에 따르면, A씨는 시험시간에 뒤돌아본 학생에게 “넌 0점”이라고 말해 아동복지법 위반, 색종이를 갖고 놀았다는 이유로 혼내서 아동복지법 위반, 다른 학생의 책에 우유를 쏟은 학생에게 “네가 똑같은 책으로 사죄해야 한다”라고 혼을 내서 아동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당했다.

또 다른 학생의 뺨을 때린 학생에게 공개적으로 "선생님이 어떻게 할까?"라고 묻고 교장실로 데려가 지도를 받게 한 뒤 혼자 교실로 돌아오게 했다는 이유로도 고소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박소영 대전교사노조 정책실장은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아이의 신체적, 정서적, 정상적인 발달에 해를 입히는 모든 행위를 아동학대로 규정하고 있다"며 "아이가 위축됐다거나 불쾌감을 느꼈다거나 트라우마를 갖게 됐다는 근거가 돼서 얼마든지 선생님을 아동학대로 고소할 수 있다"고 말해다.

이번 사건 역시 학부모가 자신의 아이가 정서적인 피해를 봤다는 것을 근거로 선생님을 아동학대로 고소한 것이란 설명이다.

더욱이 A씨는 아동학대로 고소되기 전 학교 폭력 가해자로 지목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 신고까지 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학부모 B씨는 지난 2019년 12월2일 "교사 A씨가 아동학대를 했다"며 학교폭력 신고를 했다. B씨는 A교사가 친구들 앞에서 자신의 아이를 혼내는 등의 행위가 아동학대라고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학교 측은 같은 달 12일 학폭위를 열었다.

학폭위는 B씨 자녀에게는 심리상담 조치를 내렸지만, A 교사에 대해서는 '해당 없음' 결정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학폭위는 학생 사이에 발생하는 폭력 등에 대해 처분을 내리지만, 성인인 교사는 이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B씨는 A교사가 학폭위 처분 대상이 될 수 없음에도 신고를 강행하면서 분리 조치 등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B씨는 다시 A씨의 행동을 문제삼아 결국 경찰에 신고를 했고, A 교사는 10개월간의 수사기관 조사 끝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박 실장은 “당시 4명의 아이가 1명의 아이를 괴롭혔다는 증언들이 있었고, 그래서 학생들 사이에 학폭위가 열린 거라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의외로 선생님이 가해자로 돼 있는 걸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전문 변호사에게 의뢰해봤는데, 이런 경우는 본인도 처음 봤다더라”고 했다.

박 실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 “선생님과 유족에 대한 학부모들의 진정한 사죄가 있어야 하고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 있다면 응당 그에 맞는 책임을 져야 한다”며 “저희는 선생님의 사건을 교권침해 종합세트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족 측이 인터넷을 통해 공개된 학부모들의 입장문에 대해 분개하고 있고, 법적 대응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실장은 "입장문을 보면, 앞뒤 내용을 다 자르고 자신들이 유리한 부분만 쓰고 심지어 뺨을 때린 것을 손이 뺨에 맞았다,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 것을 보고 굉장히 어이가 없었다"며 "또 선생님이 인민재판을 했다고 썼는데, 이 부분은 그 당시 검찰에서도 '인민재판이 아니다'라고 판정한 부분인데 그럼에도 또다시 이렇게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해 '사자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yeonjoo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