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42개국 대표들이 6일(현지시간) 사우디 제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평화적인 종식을 위한 회의를 하고 있다. [로이터]
한국과 미국,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42개국 대표들이 6일(현지시간) 사우디 제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평화적인 종식을 위한 회의를 하고 있다. [로이터]

6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 회의에 참석한 42개국 대표들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평화 회의가 지난 5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우크라이나는 회담이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한 반면 회담에 참여하지 않은 러시아는 ‘헛된 노력’이라고 일축했다. 다만 회담 결과와 상관없이 브라질, 인도 등 ‘중립국’과 친러 행보를 보여온 중국의 참석을 이끌어낸 사우디아라비아가 외교무대에서 존재감을 과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6일 로이터통신은 사우디아라비아 미디어부 발표를 인용해 제다에서 열린 이번 회의에서 42개 참가국이 평화의 길을 열기 위한 지속적인 협의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이뤘다고 밝혔다.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회의 후 별도의 공동 성명은 없었다.

통신은 유럽연합(EU) 당국자를 인용해 이번 회담을 계기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제시해 온 10개항의 ‘평화 공식’을 논의하는 실무단이 구성될 계획이라고도 전했다. 식량 안보와 핵 안전, 러시아 군 철수 및 적대행위 중단 등을 골자로 한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회담이 ‘생산적’으로 마무리됐다고 평가했다. 안드리 예르막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성명에서 “우리는 이번 회의에서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핵심 원칙에 대해 생산적인 협의를 가졌다”고 밝혔다.

반면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회담에 대해 “서방이 실패할 운명인 헛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과 미국,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42개국 대표들이 6일(현지시간) 사우디 제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평화적인 종식을 위한 회의를 하고 있다. [로이터]
한국과 미국,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42개국 대표들이 6일(현지시간) 사우디 제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평화적인 종식을 위한 회의를 하고 있다. [로이터]

이번 회의 성과와 관련해 외신들은 우크라이나 주권 존중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를 확대했지만 전쟁 종식을 위한 구체적 조치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평화 공식 논의를 위한) 실무단을 구성하는 것이 이번 회의의 성과”라면서 “전쟁을 중단하거나, 러시아의 영토 획득을 뒤집을 구체적인 조치는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평화 중재자’를 자청한 사우디의 외교력에는 높은 점수를 줬다. 특히 러시아와 전략적 밀월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이 우크라이나와 서방 주도의 이번 회의에 참석하도록 유도했다는 점에서 사우디의 외교력이 돋보였다는 평가다.

뉴욕타임스(NYT)는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지역 갈등 중자재를 뛰어넘어 강대국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낼 수 있는 중자재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자재가 될 수 있는 위치를 스스로 거머쥐었다”고 평가했다.

반면 미국과의 일방적 동맹 관계에서 벗어나 러시아·중국과도 접촉해 온 빈살만 왕세자의 ‘줄타기’ 외교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러시아가 사우디 주도의 원유 감산 기조에 제대로 호응하지 않으면서 최근 양국 관계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NYT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사우디는 우크라이나 외교에 뛰어들 때 조심해야 한다”면서 “사우디와 러시아의 전통적인 우호 관계에 위험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우크라이나와 서방 국가들이 중립국들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펼치고 있지만, 이번 회의로 중국과 인도, 브라질 등이 대거 우크라이나 편에 설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알리샤 바출스카 유럽외교관계위원회(ECFR) 연구원은 “중국의 참여는 책임감 있고 중립적으로 보이기 위한 노력에 도움이 될 수는 있다”면서 “하지만 전쟁에 대한 입장을 바꾸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분석했다.

로이터는 그외 나머지 중립국을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전쟁을 강대국 간의 경쟁으로 규정하며 편을 드는 개념 자체를 여전히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역시 “우크라이나는 지속적인 협상의 틀을 마련하기 위한 국제적 지지를 구축하려 한다”면서 “하지만 전쟁 18개월째인 현재도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고 전했다.


balm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