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긴축에도 경제활동 활발
투자·일자리↑…금리부담 상쇄
통화정책 핵심 물가 아닌 경기
민주당 정부도 자국중심 강화
中에 쏠린 글로벌 공급망 개편
韓 차·반도체 경쟁력으로 적응
트럼프 재선 여부가 최대 변수
전세계 경제·외교 지형 바꿀수
이쯤 되면 그냥 좋은 거다. 미국 경제 얘기다. 마치 다들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내리기만 기다리는 듯 보이지만 오히려 자산가격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상승하고 있다. 금리가 상승하면 자산가격이 하락한다는 통념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달리 보면 미국이 금리를 내리지 않을 수 없게 된다면 경제가 좋지 않다는 뜻이 된다. 지금 미국 경제의 베팅 포인트는 금리가 아니라 경기다.
전월 50.3이던 미국 ISM제조업서비스지수가 6월 53.9로 높아졌다. 50을 넘으면 경기확장을 의미한다. 고용지표도 강력하고 임금상승세도 견조하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더 올릴 가능성도 높아졌다. 6일에는 2년 만기 국채는 물론 10년 물까지 금리가 4%를 넘었다. 1년 미만 단기물 수익률(yield)은 기준금리(상단 5.25%)를 넘어 5%중반을 향해 가고 있다.
2022년 3월 이후 연준이 긴축에 나서면서 본원통화량은 꽤 가파르게 줄었다. 하지만 경제주체들이 가진 유동성인 M2는 거의 줄지 않았다. 중앙은행의 통화량을 줄여도 경제활동이 위축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와 유로존 역시 중앙은행의 긴축에도 M2는 견조한 모습이다. 긴축을 했지만 시중자금이 예금이나 대출회수를 통해 중앙은행으로 크게 회수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미디어나 전문가들은 경제가 좋다고 진단할 때보다는 어렵다고 평가할 때가 많다. 지금도 경제상황이 쉽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과연 정말 그럴까? 우리나라 소비자심리지수는 2022년 11월 87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올라 6월에는 100을 돌파했다. 100 이상이면 경기를 낙관한다는 뜻이다. 환율이 1300원을 넘지만 최근 인천공항은 해외여행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물가상승으로 금리가 오르면 소비가 줄고 고용이 위축되는 게 보통이다. 우리나라는 노동시장이 경직된 탓에 아직 고용에서 심각한 한파는 감지되지 않는다. 2022년에 물가가 많이 올랐지만 최저임금도 5.1%나 상승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심화된 양극화로 중산층 이상의 가계는 자산이 크게 늘었다. 코스피는 2019년 보다 20% 가량 높고 서울과 수도권 핵심 집값도 견조하다.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공급망 교란은 상당부분 해소됐다.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에도 국제유가는 2018년 수준이다. 주요국 물가지표도 안정세로 접어든 모습이다.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 전환,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혁신 움직임도 강력하다. 고금리에도 이들 산업에는 투자자금이 몰리고 있다. 고금리는 오히려 채권시장을 팽창시키며 시중 유동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중산층 이하 서민은 물가와 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살림이 어려워지지만 중산층 이상은 웬만한 물가와 금리에는 쉽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경제는 가진 이들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올해 실적이 부진한 대기업들이 꽤 많지만 그 동안 쌓은 부(富)가 상당하다. 우리 주력 기업들이 뿌리까지 흔들릴 정도의 위기에 노출된 것은 아니다.
역시 지금의 경제를 읽는데 있어 핵심은 미국이다. 화두는 ‘레이거노믹스(Reaganomics)’의 부활이다. 레이건 행정부는 촐저히 미국 중심의 정책을 펼쳐 경제적으로는 일본과 독일을 때리고 정치적으로는 소련 붕괴를 이끌어냈다. 1980년대 초 폴 볼커의 초강력 긴축에도 불구하고 1981년부터 1989년까지 미국 다우존스 지수는 964에서 2754로 2.8배 이상 급등했다.
공화당인 트럼프 행정부에서 시작된 미국 제일중심 정책은 민주당이 집권한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인플레는 연준의 양적완화가 뿌리이고 코로나19와 전쟁으로 확산됐지만 미국은 긴축을 통한 강달러 정책으로 이를 다른 나라로 떠넘겼다. 다른 말로 ‘인플레이션 수출’이다. 그 결과 상대적으로 중국 경제는 어려워졌고 국제유가도 안정됐다. 모두 미국에 유리한 상황이다.
최근 몇 년간 안보를 빌미로 중국으로 쏠렸던 글로벌 경제의 부가가치 구조를 자국 중심으로 바꾸면서 미국 경제는 더욱 튼튼해졌다. 우리나라는 중국 시장에서의 입지가 줄어드는 부담이 커졌지만 전기차와 반도체 부문의 글로벌 경쟁력 덕분에 새 체제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우리와 같은 제조업 강국인 독일이 이들 분야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제 중요한 전환 점은 두 가지다.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과 미국 차기 대통령 선거 결과다. 연준의 정책 전환은 미국 경제가 어려워졌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 어렵지 않다면 크게 내리지 않을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에 재선에 성공한다면 정책적 변화는 제한적이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징검다리 재선에 성공한다면 이것저것 따져야 할 게 많아 질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인 같은 행보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이익계산에 철저하다. 그에게는 외교도 경제다. 의외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빨리 끝내버릴 지 모른다. 미국이 무기와 자금지원을 끊으면 전쟁도 멈출 수 밖에 없다. 중국과의 관계도 미지수다. 트럼프는 미군의 해외활동에 부정적이다. 대만방어 전략이 달라질 수도 있다. 트럼프의 당선은 가장 예측 가능한 불확실성이다.
비관론자는 명성을 얻을 수 있지만 수익을 얻기는 어렵다. 낙관론자의 투자승률이 높은 이유다. 경제 역시 도전과 응전이다. 위험과 위기는 늘 존재하지만 대응전략을 마련해 이를 극복하는 것이 어찌보면 경제시스템의 참 모습이다. 투자에서 섣부른 예측보다는 대응이 더 중요하다. 변화를 주도하는 국가, 산업, 기업에 대한 투자는 늘 성공확률이 높다. 올해도 선수들은 이미 그렇게 수익을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