쩐 티 흐엉 하노이국립대 한국어 학부장
교수보다 임금 10배 높은 기업에 몰려
베트남의 최고 명문대 하노이국립대에 한국어과가 처음 문을 연 것은 지난 1996년. 그해 30여명의 입학생 중 한 명이었던 쩐 티 흐엉(Tran Thi Huong)은 지금 한국어 및 한국문화학부장이 됐다.
마땅한 한국어 교재도, 교수도 없던 때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친 것은 한국인 선교사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봉사단원들이었다. 그는 “한영사전 한 권을 수십장 복사해 학생들이 나눠 가졌다”며 “하노이 소재 코이카 사무소에서 서울대나 연세대 한국어학당에서 출판된 한국어 교재 한두 권을 받게 되면 학생들은 복사하느라 바빴다”고 말했다.
27년이 지난 지금 베트남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쩐 학부장이 이끄는 하노이국립대 한국어 및 한국문화학부에서만 900여명이 한국어를 전공하고 있다. 해마다 200명의 신입생을 선발하는데 최상위 수준 학생들만 합격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하노이 한국교육원에서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한국어 전공을 운영 중인 베트남 소재 대학교는 50곳 이상이다. 1년에 1만명 내외의 한국어 전공자들이 배출되는 셈이다. 2016년 만해도 한국어 전공을 운영하는 베트남 소재 대학은 14곳에 불과했다.
쩐 학부장은 베트남 내 한국어 학습열풍은 온전히 ‘민간 중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음악, 영화, 음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계속되는 한류의 인기는 자연스럽게 한국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며 “1992년 한·베트남 수교 이후 지속해서 증가한 양국 간 인적 교류도 한국어 인기의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쩐 학부장은 한국 기업들의 베트남 진출 확대 또한 한국어 학습열풍에 박차를 가했다고 봤다.
그는 “베트남에 진출한 삼성, LG 등 한국의 대기업이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인재들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장학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어 대부분의 한국어 전공자는 졸업 후 바로 취업할 수 있다”며 “취업 후에도 한국어능력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면 인센티브를 받는 등 대우가 굉장히 좋아 학생 사이에서 한국어가 계속 인기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하노이국립대 한국어 및 한국문화학부 졸업생들의 80~90%는 하노이와 호찌민시에 있는 한국 기업들에 취직한다. 나머지 학생은 주로 한·베 통역 분야에 진출하는데 통역사로 일할 경우 하루에 약 100만원을 벌 정도로 수입이 많다.
쩐 학부장은 이처럼 한국어 인재가 고임금을 받는 상황이 역설적으로 교원 확보의 어려움으로 작용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기업체에 취직하면 대학교에서 교원으로 일하는 것보다 10배의 수입을 받을 수 있다”며 “그래서 교수직 희망자가 적다”고 말했다.
쩐 학부장은 지난 2001년 교수로 임용돼 모교에서 22년간 교편을 잡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챙겨본다. 한국 문화의 변화와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다.
그는 “한국어에는 한국의 고유문화가 담겨 있다”며 “한국어 공부에서 중요한 부분은 한국 문화의 특성이 반영된 일상적인 표현을 익히는 것이라 지속해서 한국 문화를 접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리아헤럴드(베트남 하노이)=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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