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성인 사망원인 1위 펜타닐…국내도 확산 경고
화장실서 숨진 19세 소년 부검 사체서 펜타닐 발견
지난해 펜타닐 처방은 1411만건…4년새 175% 늘어
경찰 단속은 미미…서울서 2년 사이 펜타닐 사범 검거 '0건'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서울의 한 지하철 역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던 19세 A군의 몸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펜타닐’이 발견됐다. 지난 2021년 A군은 지하철 화장실에서 발견된 후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일명 ‘좀비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 중독에 따른 사망 사례가 잇따르며 정부에서도 관련 논의에 착수했지만, 정작 국내 펜타닐 투약 관련 검거는 미미한 상황이다.
마약성 진통제의 일종인 펜타닐은 미국에선 성인 사망원인 1위일 정도로 과다복용에 따른 위험성이 큰 마약으로 꼽힌다. 본래 말기 암 환자 등에게 처방하는 제품이지만 환각성과 중독성이 매우 강해 합성마약으로 유통된다. 미국에선 2021년 기준 약물 과다복용 사용자 10만7000명 중 66%가 펜타닐 때문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펜타닐 투약이 늘고 있다는 정황은 여러 통계로 감지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김웅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부검 사체에서 마약류가 검출된 69건 중, 7건은 펜타닐로 나타났다. 펜타닐은 필로폰(49건) 다음으로 많이 검출됐다. 국과수는 “변사사건에서 펜타닐 등 신종마약의 검출사례가 증가한 것은 매우 위험한 확산신호”라고 강조했다.
국내 펜타닐 처방량 역시 심상치 않은 추세로 늘고 있다.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펜타닐 처방은 2018년 약 806만건에서 지난해 약 1411만건으로 4년새 175% 늘었다. 2021년 경남에선 병원에서 펜타닐 패치를 처방받아 판매·투약한 10대 피의자 42명이 검거되기도 했다.
최근 해외에선 한국을 펜타닐 물질 공급망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스페인 발렌시아를 경유한 선박 내 화물에서 새로 펜타닐 물질이 발견됐다”며 이를 ‘한국 펜타닐’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펜타닐 유입을 막으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중국과 협정을 맺으려고 한다”며 “한국과도 같은 취지의 합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해당 선박의 첫 출항지가 한국인지나 선박이 한국에서 발견됐는지 등을 비롯해 발견된 펜타닐 물질 규모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다.
정부 역시 국내 펜타닐 확산 관련 논의에 나섰다. 지난 2일 방문규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열린‘2023년 제5회 마약류 대책협의회’에선 펜타닐 국내외 동향 및 관리방안이 논의됐다.
그러나 국내 펜타닐 투약 검거 실적은 아직까지 미미한 상황이다.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 서울에서 펜타닐 관련 검거는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국과수 관계자는 “한 종류의 마약을 남용하는 패턴에서 다양한 마약류를 남용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며 “값싼 중국산 원료의 공급으로 다른 마약류에 비해 접근성이 용이하여 펜타닐의 국내 유입이 증가 추세에 있다”고 했다.
kl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