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거주주택을 담보로 매월 일정액의 연금을 받는 상품, ‘주택연금’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정부의 가입 장려, 부동산 시장 변화 등 요인이 겹치면서다. 특히 고령화가 심화할수록 주택을 활용한 노후자금 수요가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지속적으로 주택연금 관련 정책을 마련하는 등 편리한 가입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5일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하나금융포커스 : 되살아난 주택연금의 인기, 지속 가능할까’ 보고서를 내놨다. 정윤영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가용현금이 부족하고, 익숙한 주거환경을 선호하는 고령층의 특성상 거주주택을 활용한 노후자금 마련 수요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며 “노후준비가 중요해지는 시기인 만큼, 안정적인 관리 방안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현재 국내 주택연금 누적 가입 건수는 약 8만3000건으로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지속적으로 성장세를 보이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2019년 이후 신규 가입자가 급증하는 등 뚜렷한 수요 증가세가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65세 미만의 가입자가 증가하며 평균 가입연령이 낮아지고 있다. 기존에는 70세 이상 고령층을 중심으로 가입이 이뤄진 바 있다. 실제 2022년 말 기준 주택연금의 평균 가입연령은 72.1세로 약 15년 전인 2008년(74.3세)과 비교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주택연금이 인기를 끈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로 정부의 가입 장려 정책을 꼽았다. 실제 정부는 지난 2020년 가입대상 연령을 기존 60세에서 55세로 완화하는 등 가입 대상을 확대해 왔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 명예퇴직 등에 따라 은퇴 시점이 앞당겨지면서다. 정부는 같은 해 주택가격 상한 또한 시가 9억원에서 공시지가 9억원으로 완화한 바 있다.
보고서는 부동산 시장의 기조 변화 또한 주택연금 성장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주택가격이 상승하는 시기에는 주택연금 가입이 둔화한다. 하락 시기에는 반대 양상이 나타난다. 실제 부동산 시장 침체기인 2022년말 기준 주택연금 신규 가입 건수는 약 1만4600건으로 전년 대비 35%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가입자의 인식변화에 따른 성장세도 나타났다. 보유주택의 비상속 의향이 증가한 것이다. 주택금융공사가 3000여개 노년가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보유주택 비상속 의향은 28.5%로 2008년(12.8%)과 비교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 수석연구원은 “주택 상속에 대한 의지가 크고 자녀의 반대로 주택연금 가입을 주저하던 과거와는 다르게 노년가구의 보유주택 상속 및 주택연금 가입에 대한 인식이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택연금의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보고서는 초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이 예고되며, 노후보장을 위한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분석했다. 정 수석연구원은 “65세 이상 가구주의 자산 구성 대부분이 부동산 자산에 편중돼 있고, 고령층 대부분이 주택을 소유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택을 활용한 생활비 마련 수요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70대 부부 기준 적정 노후생활비는 251만3000원인 반면, 70대 가구의 월평균 실질 가계소득은 148만8000원으로 약 102만5000원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족한 생활비를 주택연금으로 충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에 보고서는 초고령화 시대에 앞서, 주택연금 수요 증가를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수석연구원은 “노후준비에 대한 트렌드가 변하고 있고 사적연금을 통한 노후준비가 중요해지는 시기”라며 “주택연금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중도해지 비중을 줄이고, 수요가 급증하는 시기에는 관련 인력을 확충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