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내년 2월 청년희망적금 만기를 앞두고 있는 A씨는 해지를 고민하고 있다. 이달 새로 출시되는 청년도약계좌를 만들고 싶은데, 청년희망적금과 중복가입이 불가능한 데다 희망적금이 만기될 때까지 기다릴 시 조기종료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A씨는 “월급이 200만원 겨우 넘어 희망적금에 50만원씩 넣는 것도 힘들었는데, 청년도약계좌를 만든다고 해도 70만원을 매달 넣을 수 있을지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했다.
0.5억 만들어주는 청년도약계좌 출시 임박…희망적금과 중복 안 돼
5년간 70만원씩 모으면 5000만원의 목돈을 마련해주는 청년도약계좌 출시를 앞두고 벌써부터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전 정부에서 예산을 편셩해 출시됐던 ‘청년희망적금’의 만기가 다가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계속되는 정책 금융이 혼란을 야기시킨다는 지적이다. 또 실제 삶이 팍팍해진 청년층 사이에선 5년 만기가 너무 길다는 불만도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청년도약계좌를 운영하는 국내 11개 시중은행은 은행연합회 홈페이지를 통해 기본금리와 저소득층 우대금리, 예적금담보대출 가산금리 등을 1차 공시했다. 가장 높은 기본금리를 공시한 은행은 IBK기업은행(4.5%)이었으며 그 뒤로 농협은행(4.0%), 신한·우리·하나·국민·대구·부산·광주·전북·경남은행(3.5%) 순이었다. 11개 은행 모두 소득 우대금리는 0.5%로 동일했으며, 은행별 우대금리는 아직 미정이었다. 이들 은행은 금리 산정의 적정성과 여론 반응을 고려해 12일 최종 금리를 공시할 예정이다.
청년도약계좌는 매월 40~70만원을 5년 만기로 부어 최고 5000만원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금융상품이다. 가입대상은 총급여 7500만원 이하의 개인소득 요건과 중위소득 180% 이하인 가구소득 요건을 충족하는 만 19~34세 청년으로, 금융위는 300만명 가량이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유의해야할 점이 있다. 희망두배 청년통장 등 서울시 및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정책금융과는 중복 가입이 가능하지만, 바로 지난해 ‘청년 자산형성을 지원하겠다’며 같은 목적으로 출시된 청년희망적금을 든 사람들은 청년도약계좌 중복 가입이 어렵다는 점이다.
청년희망적금은 지난해 2월 문재인 정부에서 출시한 청년 정책 계좌로, 연 10%에 가까운 금리 효과를 내는 고금리 상품으로 청년층의 인기를 끌었다. 매월 최대 50만원을 2년간 적금했을 때 만기 수령액이 1298만5000원에 달했다. 총 납입액 1200만원에 은행 세전 이자 62만5000원, 정부의 저축장려금 36만원 등이 합쳐진 금액이다.
삶 팍팍한데…“70만원씩 5년 넣을 수 있을까”
이에 비과세와 정부 지원금을 기대하고 어렵게 돈을 묶어온 청년들은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중도 해지하자니 정부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게 아깝고, 청년도약계좌 가입을 미루자니 조기 종료가 될까봐 불안하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2월 청년희망적금은 신청 초기 청년들이 몰리면서 가입신청이 폭주했다. 금융위원회는 당초 38만명 가입자에 해당하는 예산 456억원을 책정하고 연중 가입할 수 있다고 안내했지만, 결국 3월 초 판매를 조기 종료해야 했다. 당시에는 국회도 금융당국의 예상치가 너무 높다고 평가하며 수요예측에 실패했다.
20대 한 청년은 “희망 두배 청년통장, 청년희망적금 등 청년 계좌가 너무 많다”며 “청년도약계좌를 가입하기 위해 청년희망적금을 해지해야 하는데 대체 왜 드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5년 만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해지하게 될 경우 정부 기여금과 비과세혜택을 지원받을 수 없다는 점에 대해서도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고물가·금리 시대에 삶이 팍팍해진 청년들의 경우, 매달 70만원씩 꼬박꼬박 저금하는 게 부담스러운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청년희망적금도 출시 1년 만에 45만 명, 가입 인원의 15%가 해지한 전력이 있다.
금융위는 가입자의 이탈을 막기 위해 ‘예·적금 담보 대출’을 꺼내들었다. 청년도약계좌를 장기간 보유한 가입자에게 더 낮은 가산금리를 적용해 계좌 유지를 유도하는 것이다.
단, 청년도약계좌와 연계된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은 아직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에 청년 자산 형성을 위해 여러가지 고민을 부탁하긴 했지만 마이너스 통장 연계를 위해 검토를 요청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요예측에 성공했을지 여부는 은행별 금리가 나오고 제도가 본격 시작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