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2023년 2월 산업활동동향 발표
성장동력 상실 ‘잃어버린 n년’ 진입 우려
우리나라 제조업 생산능력이 5개월 연속 감소했다. 전례가 없는 일이다. 1971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굵직한 경제 위기를 여러번 겪었지만, 제조업 생산능력이 이렇게 길게 감소하지는 않았다.
생산능력 감소는 생산 축소나 재고 증가와는 결이 다르다. 생산능력 수준은 투자 규모에 따라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 즉, 생산능력 감소는 제조업 기반시설 투자 활력 자체가 떨어졌다는 점을 뜻한다.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뤄온 제조업이 이제 성장기를 지나 노쇠하고 있다는 경고일 수 있다.
31일 통계청 2023년 2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생산능력지수(원지수)는 전월대비 0.2% 줄었다. 지난해 10월(-0.6%)를 시작으로 생산능력지수는 지속 감소했다. 11월(-0.1%), 12월(-0.4%), 1월(-0.5%) 등이다. 전년동월비로 보면 1.5% 감소했다. 원지수는 100.1이다. 비교지수인 2020년 기준으로 0.1포인트 증가하는데 그쳤다.
생산능력지수는 계절조정지수가 없다. 근본적 문제이기 때문에 그렇다. 생산능력은 사업체를 주어진 조건에서 정상으로 가동했을 때 생산할 수 있는 최대 생산실적을 말한다. 즉, 생산 감소와 재고 증가는 경기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풀이될 수 있으나, 생산능력은 그렇게 보기 어렵다.
제조업 경기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생긴 여파다. 수출이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도 멈췄다. 생산능력을 늘려도 판로가 없다는 불안감이다. 실제로 제조업 가동률지수는 5개월째 100을 하회했다. 2월엔 전월대비 3.4%가 줄었다. 전년동월비로는 8.1% 감소했다.
재고도 쌓이고 있다. 제조업 재고는 전월대비 0.9% 늘었다. 전년동월비로는 8.9% 증가했다. 제조업 재고율(재고/출하 비율)은 전월대비 0.7%포인트 하락했지만, 120.1%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반도체 업황이 지속 악화하고 있다. 반도체 재고는 전월대비 3.9%, 전년동월대비 33.5% 증가했다. 반도체 생산은 전월보다 17.1%, 작년 같은 달보다는 41.8% 급감했다. 반도체 생산의 전월 대비 감소 폭은 2008년 12월(-18.1%) 이후 최대다.
경기침체와 이에 따른 생산능력 감소가 이어지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생산능력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년 연속 생산능력이 감소한 일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없었다.
통계청 2022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생산능력(원지수)는 지난해 105.3을 기록하며 0.7% 줄었다. 지난 2018년 첫 추락 이후 4년 만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2018년 당시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폐쇄·GM대우 철수가 있었다. 업계에선 상당한 충격이었지만 특정 기업과 지역에 한정된 측면으로 읽힐 수도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다시 생산능력이 추락하면서 제조업 중심인 우리나라 경제가 그 ‘동력의 한계’를 맞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생산능력은 경제위기와 상관없이 커왔다. 1971년 제조업 생산능력지수가 집계된 이후 약 50년 동안 성장만 해온 것이다. 1972년 전년비 8.3%를 시작으로, IMF(1997년 4.9%, 1998년 4.9%) 때도, 금융위기(2008년 5.2%, 2009년 3.4%)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상승 전환했지만 작년 하반기 이후 하락 흐름이 큰 게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소비가 증가하는 모습을 보여 긍정적인 요인이 있지만 우리 경제 큰 부문을 차지하는 반도체 경기가 좋아지는 모습이 나타나지 않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 통과 계기로 기업의 수출·투자애로 해소노력을 강화하고, 한-일 정상회담, UAE 수주 등 후속조치를 차질없이 이행하겠다”고 강조했다. 홍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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