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윤미 선임기자]“대공황 이후 이제껏 본 적 없는 위기가 시작됐다”
이 다급한 외침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닥터 둠’, 누리에 루비니다. 2008년 금융 위기를 예측한 것으로 잘 알려진 경제학자 루비니가 신작 ‘초(超)거대 위협’으로 돌아왔다.
‘비관론적 전망가’ 답게 그가 그려내는 현재와 가까운 미래는 암울하다. 현재 세계가 직면한 어려움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부채 증가,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물가 상승을 동반한 경기 침체), 통화 붕괴, 탈(脫) 세계화, 미중(美中) 갈등, 고령화와 연금 부담, 불평등 심화와 포퓰리즘의 득세, AI(인공지능)의 위협, 기후 위기 등 전방위적이다. 어느 나라도 피해갈 수 없는 현안이다. 그는 이를 ‘초거대위협’으로 부른다.
각각의 사안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더욱 나빠지는 ‘퍼펙트 스톰’이라 할 만한 이런 상황은 1930년대 대공항이나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을 뛰어넘는다는 게 루비니의 인식이다.
가장 큰 위협은 ‘부채’…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
2010년 ‘위기 경제학’ 이후 13년 만에 출간한 책은 현상 진단과 원인 분석, 전망과 대안 등 3부로 구성됐다.
루비니가 가장 큰 위협으로 지적하는 건 부채다. 규모가 커도 너무 크다. 1999년 세계 GDP(국내총생산)의 220% 수준이던 세계 부채는 2021년 350%를 훌쩍 넘어섰다. 현재 미국의 GDP 대비 민간 및 공공 부채 비율은 대공황 때 최고점 보다 높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성장기에 돌입했을 때의 두 배 이상 많다. 장기간 이어져 온 저금리 정책과 부채 위기를 돈을 더 찍어내 덮어온 게 이유다. 여기에 코로나로 궁지에 몰린 기업들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됐고, 이 과정에서 공공 및 민간 부채가 급증했다. 코로나 기간 중 전 세계 은행들은 하루 약 150억 달러를 풀었다.
이를 회수하기 위해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서 전세계는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고금리로 부채 부담이 커지고 상품 및 서비스 구입의 여력이 줄어들면서 성장이 멈추거나 역성장하는 상황이다. 정부 역시 부채를 줄이기 위해 세금을 인상하거나 지출 비용을 줄이게 되는데, 이는 민간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한다. 악순환으로 주식시장이 불안해져 시장 붕괴로 나아갈 수도 있다.
루비니는 여기에 고령화와 연금 부담, 미중 갈등과 자유무역주의 쇠퇴, 부의 불평등, 일자리 감소 등 위협 요소들이 겹쳐 고물가에 경기침체라는 스태그플레이션이 향후 10년 안에 발생할 공산이 크다고 본다.
해법은 높은 경제성장 “첨단기술에 달려있다”
미국의 상황에 바탕하고 있는 저자의 진단은 한국적 상황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가령 루비니는 인구통계학적 위협을 지적하면서 1960년대 미국에는 은퇴 및 장애인 노동자 1인당 5명이던 현역 노동자가 2009년엔 3대 1로, 2030년엔 2대 1로 하락할 것임을 제시하는데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한국적 상황은 더 심각하다.
그런가 하면 첨단 기술, AI, 로봇의 도입은 일자리 위협을 현실화하고 있다. MIT의 대런 애스모글루에 따르면, 노동자 1000명 당 로봇 한 대가 추가될 때마다 고용은 0.2%, 임금은 0.5% 감소한다.
미중 신냉전으로 세계 경제의 새로운 규칙이 생겨날 수 있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저자는 “최근 대규모 자산 거품이 폭발하기 시작”했다며, “정책 입안자들은 정책 총알을 다 써버린 까닭에 다음에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궁지에 몰린 가계와 기업, 은행, 중산층을 구제하기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방법은 있다. 높은 경제성장이다. 차입자의 소득이 증가하는 속도가 부채 증가 속도를 능가할 수 있다면 파국을 면할 수 있다. “강력한 성장은 최고의 해결책을 제공한다. 그리고 그 핵심은 바로 성장을 가속화하는 첨단 기술에 달려있다”는 게 루비니의 해법이다.
책은 초거대 위협의 심각성을 경제학자로서의 엄밀성과 IMF, 백악관 등에서 근무한 경험적 현실을 반영,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초거대 위협/누리엘 루비니 지음, 박슬라 옮김/한국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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