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튜브 댓글을 보면 “알고리즘을 타고 들어왔다”고 말하는 이가 많다. 언젠가 관심 있게 본 콘텐츠를 AI(인공지능)가 잊지 않고 친절하게 추천해주기 때문이다. 그런 콘텐츠 중 어김 없이 빠져드는 게 정리 관련 콘텐츠다. 셔츠 개는 법부터 패딩 정리하기, 스웨터, 양말 등 그녀들의 정리기술은 마술쇼처럼 느껴진다. 요리와 살림을 다루는 콘텐츠 역시 심심하면 AI가 추천해준다. 넓은 통유리창으로 햇살 가득 들어오는 거실과 넓은 주방, 깔끔하게 정리된 요리도구들과 예쁜 그릇들, 손 빠르고 정갈한 그녀들의 요리하기와 테이블세팅, 나아가 꽃꽂이와 커피, 독서 컷까지 그녀들이 보여주는 일상은 그림이다.
그러다 눈을 현실로 돌리면 주위는 왠지 너저분하게 느껴진다. 생활의 물건들이 여기저기 눈에 거슬리게 마련이다. 이때 괜한 의욕에 한 군데 건드렸다간 일만 커진다. 일과 살림을 병행해야 한다면 누구나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효율성을 따지고 기회비용을 치르면서 시간을 사는 직장여성들에게 그런 우아함은 그림의 떡이다.
일찍이 이런 여성의 심리적 취약성을 본능적으로 알아보고 이를 비즈니스로 연결해 엄청난 성공을 거둔 이가 ‘미국의 국민엄마’이자 ‘살림의 여왕’인 마사 스튜어트와 ‘정리의 여왕’ 곤도 마리에다. 팔순을 넘기고도 노익장을 과시하며 활동 중인 마사 스튜어트는 그야말로 자신이 잘할 줄 아는 것과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동물적 감각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진 것은 1970년대 들어서였다. 1960년대 페미니즘 투쟁 속에서 강렬해진 자아실현욕구로 사회진출은 많아졌지만 가정에서 역할이 없어진 건 아니었다. 육아와 살림, 일과 능력 개발 사이에서 시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그런 시기, 어렸을 때부터 집안살림을 돕느라 어머니로부터 요리와 바느질을, 아버지로부터 정원가꾸기를 배운 마사 스튜어트는 음식 주문 배달사업을 시작하면서 능력을 꽃피우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마사 스튜어트는 1982년 요리책 ‘엔터테이닝’을 발간해 독자들의 열렬한 호응을 끌어냈다. 감각적이고 세련된 요리 사진과 테이블세팅은 바빠지고 경제력이 늘어나면서 고급스러운 라이프를 갈망하는 여성들을 사로잡았다. 이후 마사 스튜어트는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비즈니스 무대로 삼아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다. 2000년대 초 증권거래 위반으로 몰락하는 듯했지만 화려하게 복귀, 나이 80에도 가십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곤도 마리에는 국내에서도 정리 신드롬을 일으킨 주인공으로 유명하다. 그녀의 지론은 주위에 물건들이 많으면 시각 피질을 자극, 몰입과 쉼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물건을 과감히 버리라고 말하는데 기준은 물건에 대한 설렘이 있느냐다. 설렘이 없다면 버리되 그냥 버리는 게 아니라 ‘그동안 고마웠어’라는 인사를 꼭 하라는 게 그녀의 조언이다. 그녀의 정리기술 덕에 삶이 바뀌었다는 얘기는 넘쳐난다.
그런 그녀가 최근 정리를 포기했다는 소식을 전해 화제가 됐다. 아이 셋 때문에 정리가 엄두가 안 난다며,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아이들과 행복하게 지내는 사진을 올렸는데 사람들은 박수를 보냈다. 정리해봤자 몇 분 안에 엉망이 될 게 뻔한데 지금의 행복을 누리는 게 더 소중하다는 것이다.
평범함을 비범함으로 만들어낸 이들 안에 여성들의 환상과 꿈, 현실이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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