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위한 교육(류완영 지음,한양대 출판부 펴냄)=과학기술의 발달로 교실은 멀티미디어나 가상공간을 활용하는 등 교육 도구들이 다양해졌지만, 여전히 20세기 교육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게 사실이다. 겉은 시대를 따라가고 있지만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교육의 방향을 못 잡고 있는 모양새다.
인터넷 세상은 문화와 인간의 사고 체계 마저 바꿔놓았다. 절대적 진리 대신 상대적 진리관이 보편화되고, 관계적· 종합적 사고, 소통과 집단 지성이 중시되는 속에서 인간에게 요구되는 능력들도 달라졌다. 정보화 시대의 교육에 대해 다수의 논문과 저서를 발표해온 류완영 한양대 명예교수가 펴낸 '내일을 위한 교육'은 각 개인의 인성을 함양하고 능력을 계발하는 데 근거를 제공해온 교육 이론의 이해를 통해 현재 교육을 성찰할 수 있도록 돕는다.
책은 ‘오늘의 교육’과 ‘내일의 교육’ 두 파트로 나뉘어 있으며, ‘내일의 교육편’은 현대 교육의 방향과 저자의 연구가 집약돼 있다. 특히 무의식 영역까지 교육영역을 확대하고, 탈 자기중심적 의식의 개발, 그리고 평등성을 껴안은 수월성 추구 등을 제안한 점이 돋보인다. 책은 교육에 관한 개념 및 이론들을 명쾌하게 정리, 이해와 함께 균형 감각과 관점을 갖도록 돕는다. 새로운 용어와 개념, 대립되는 개념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곁들었다.
▶흐드러지는 봉황의 색채(이윤하 지음, 조호근 옮김, 동아시아)=노미네이트만으로도 화제가 되는 ‘SF계의 노벨문학상’ 휴고상에 3회 연속 후보에 오른 재미 작가 이윤하의 신작 소설. SF 형식 속에 한국적 요소를 버무려내는 독특한 이야기로 관심을 모은 작가는 전작 ‘나인폭스 갬빗’에서 우주를 누비는 구미호 장군과 김치라면 사족을 못쓰는 우주인을 등장시킨 바 있다. 이번에는 본격적으로 한국을 연상시키는 요소들이 등장한다. 구미호, 김치, 김칫독, 붉은색과 푸른색의 태극무늬, 겐상도(경상도)의 농부들 등 익숙한 단어들이다.
소설의 배경은 가상의 나라 ‘화국’이지만, 구한말 시기를 재현한 것처럼 그려진다. 화국은 제국에 점령 당해 식민 지배를 받고 있으며, 갓 문호를 개방해 서양문물이 물 밀듯 들어오는 중이다. 화국을 점령한 라잔 제국은 국화인 벚꽃과 태양을 상징하는 문양 등 일제를 연상시킨다. 일제강점기를 모티프로 한 가상 역사물이자 메타픽션이다. 소설의 주인공인 화가 제비는 생계를 위해 처음에는 라잔의 방위성에서 일하지만, 시대의 물결을 따라 결국에는 화국 독립운동에 뛰어든다.
소설은 환상 소설의 요소들이 독특함을 더한다. 라잔의 군대를 이루는 자동 인형 병사들은 제비가 마법의 문양을 그려 넣으면 생명을 부여 받아 살아 움직이게 되고, 라잔의 비밀병기인 용 아라지 역시 제비가 문양을 그려 넣으면 목소리와 생명을 얻어 자유로이 비상한다. 로맨스도 한 축을 이루는데 제비의 연인인 검투사 베이는 동성이지만, 소수자로 표현되지 않는다. 이 시기 사랑은 이미 성을 초월한 상태이다. 독특한 배경과 탄탄한 서사, 유려한 문체가 몰입도를 높인다.
▶소더비가 사랑한 책들(김유석 지음, 틈새책방)=지난해 11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몬드리안의 작품이 5100만달러, 한화 약 676억원대에 낙찰, 작가 최고가를 경신해 화제가 됐다. 소더비는 미술전문 경매사로 이름이 높지만, 사실 1950년대 이전까지는 고서 경매에 특화돼 있었다. 소더비의 창립자는 런던에서 서적상을 운영하던 새뮤얼 베이커였다.
저자는 소더비 경매에 올랐던 역사적 의미를 지닌 책과 문서들 중 11편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발굴해 들려준다. 황제 나폴레옹의 메모를 찾아 경매에 뛰어든 영국인 이야기, 보티첼리가 ‘신곡’에 그린 그림을 두고 영국과 독일이 벌인 자존심 싸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유일무이한 원본에 숨겨진 비밀 등이 눈길을 끈다.
희소성을 보여주는 책과 함께 저자는 기독교 문화의 영향을 보여주는 책과 문서에도 주목한다. 희대의 간통 사건에서 시작된 막장 드라마가 프랑스의 여왕이 될 뻔한 여성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주는 ‘잔 드 나바르의 기도서’, 신의 소명을 받아 미국으로 인쇄기를 들고 건너가 최초의 책을 찍어낸 일화를 담은 ‘베이 시편집’, 뉴턴이 과학자가 아닌 연금술사이자 신학자의 면모를 밝혀낸 뉴턴의 불에 탄 노트, 구텐베르크가 찍어낸 ‘면죄부’가 종교개혁까지 이어졌음을 추적하는 이야기 등이 흥미롭다.
세상을 바꾼 문서들도 있다. 영국의 보물이어야 할 ‘마그나카르타’를 영국보다 더 소중히 여기는 미국, 2021년 소더비 경매에서 약 500억 원의 경매가를 기록, 세계에서 가장 비싼 문서가 된 미국의 ‘헌법’ 사본, 마오쩌둥이 영국 노동당 당수에게 보낸 편지의 수수께끼를 추적하는 얘기는 백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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