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독립교육구 이사회, 챕터 313 통과

국내 K칩스법’ 통과는 지지부진…연내 본회의 통과 불투명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 기로…“업계 경쟁력 악화 우려”

삼성전자 반도체 제조라인 모습.[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반도체 제조라인 모습.[삼성전자 제공]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최근 미국 주(州) 정부 차원의 삼성전자에 대한 세제 혜택이 결정된 가운데, 국내 반도체 지원법 통과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관련 업계의 속을 태우고 있다.

14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최근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독립교육구 이사회는 삼성전자가 지난 5월 신청한 챕터313(반도체 공장 9곳의 투자 계획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 신청서)를 승인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향후 1676억달러(약 218조원)를 투자해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라는 점을 밝힌 바 있다.

텍사스주의 재산세 감면 정책인 챕터313은 올해 말 종료를 앞두고 있는데 이번 승인으로 삼성전자는 48억달러(약 6조2000억원)의 세금을 절약할 수 있는 효과가 기대된다. 이번에 승인받은 것은 11곳 중 9곳이며 나머지 2곳(투자 규모 245억달러)의 세금 감면 혜택신청서는 오스틴시의 매너 교육구에 제출해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구체적인 투자 계획이나 세금 감면 방향성이 아직 확정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테일러 독립교육구 이사회 차원의 지원뿐 아니라 미국 정부의 지원 가능성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미국 의회는 반도체산업 육성에 향후 5년간 2800억달러(약 375조원)를 투입하는 걸 핵심으로 하는 ‘반도체과학법’을 지난 7월 통과시켰다. 이 법에는 반도체 연구개발(R&D) 분야 등에 총 520억달러(약 70조원)를 투입하고,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25%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방안이 담겼다.

반면 국내 반도체 지원은 정쟁에 휩싸여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여당과 야당의 대치 구도가 지속되면서 연내 ‘K칩스법(반도체특별법)’의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위 의결과 국회 본회의 통과 가능성까지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해당 법이 통과되더라도 세제 혜택 수준이 10% 내외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다른 나라에 비해 경쟁력이 크게 뒤처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S&P캐피털IQ 자료를 인용해 낸 자료를 보면 2018~2021년(평균) 한국 반도체 기업의 법인세 부담률은 26.9%다. 대만(12.1%), 미국(13.0%), 일본(22.3%)보다 높다.

국내법 지원은 미미한데 미국으로부터 세제 혜택 등 지원이 지속되는 데 따른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의 지원과 동시에 삼성전자 등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들을 향한 ‘대(對) 중국 견제’ 동참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수출 제재를 가하며 이같은 위험은 더 커지고 있다. 지난 10월부터 첨단 반도체나 관련 제조장비를 중국에 수출하는 기업들은 면허를 취득해야 하고, 중국에 판매할 특정 칩을 미국산 장비로 제조하기 위해서는 미국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미국의 수출 제재에 일본과 네덜란드도 동참할 전망인 것으로 알려졌다. 12일(현지시간)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박진 외교부 장관과의 화상회담에서 반도체과학법을 비판하며, 한국과의 협력 의사를 우회적으로 시사하기도 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셈법만 복잡해지고 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K-칩스법을 비롯한 반도체 산업에 대한 국가 지원과 산업 경쟁력 악화 우려가 커지면서, 업계의 아쉬움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ra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