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4인 지상 좌담회
조준규 한·인니 산림협력센터장
“탄소배출권을 가장 확실하게 담보할 수 있는 건 바로 산림입니다. 나무를 심는 것뿐 아니라 잘 가꾸고 활용하는 것까지도 탄소중립 시대에 필요한 산림 전략이죠.”
나무를 심고 보호하는 건 당연히 중요하다. 조준규 한·인니 산림협력센터장은 그 이후까지도 주목한다. 탄소중립 시대, 이젠 산림을 어떻게 관리하고 활용할 것인지도 중요한 과제가 됐다.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공적개발원조) 사업도 마찬가지다. 동남아 지역 산림은 한국 산림 해외사업의 핵심 지역이며 그 중 세계적인 산림부국 인도네시아는 산림 ODA 사업의 중추로 꼽힌다. 조 센터장을 통해 탄소중립 시대에 필요한 양국 산림 ODA 사업 현황과 미래를 들었다.
한·인니 산림협력센터는 위치부터 눈에 띄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내 환경산림부 건물 안에 있었다. 7층 사무실에서 만난 조 센터장은 “한국 산림청 파견 센터장 외에 인도네시아 환경산림부에서 파견한 인도네시아인 센터장이 공동센터장을 맡고 있다”고 전했다.
조 센터장은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시종일관 산림자원의 순환 가치를 강조했다. 한 번 쓰면 사라지는 유한한 자원이 아닌, 잘 심고 가꾸고 활용하면 다시 재생 가능한 자원으로서 재조명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한·인니 산림협력센터를 중심으로 수행되는 ODA 사업도 산림 생태 순환의 전 과정에 걸쳐 있다. 양묘장 지원 등 묘목을 키우는 것부터, 산불 보호나 숲 복원, 나아가 생태관광 사업 개발도 지원 중이다.
구체적으론 우선 ‘룸핀양묘장 지원 사업’이 있다. 우수 종자를 개발·육성하는 현대식 양묘장으로,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직접 방문 후 호평, 인도네시아 정부 차원에서 이 같은 양묘장 발전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조 센터장은 “좋은 사례를 만들어내고 정부가 이를 확대 적용하는 등 잘 선순환된 사업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센툴생태교육모델숲 조성사업’, ‘롬복 뚜낙 산림휴양 생태관광 사업’ 등은 산림 가치를 생태 관광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들이다. 지역 주민들은 이 같은 관광사업을 통해 소득을 확보한다. 화전(火田)이나 벌목 등 생계 수단으로 산림 파괴에 나섰던 주민들도 자연스레 산림 보전의 경제적 가치를 체감하게 된다. 조 센터장은 “생태관광 현장에 가보면 주민들이 해당 장소를 ‘루마 코리아(rumah Koréa, 한국의 집)’라고 소개할 만큼 인식이 좋다. 이런 것도 외교의 일환”이라고 전했다.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은 ▷잠비 이탄지 복원 사업 ▷남부수마트라 산불재난관리시스템 구축 사업 등이 있다. 두 사업 모두 이탄지(泥炭地)와 연관 있다. 이탄지는 습지 등에서 미분해된 식물 잔해들이 땅속 깊이 퇴적돼 있는 땅이다. 조 센터장은 “물속에 나무나 잎 등이 수백~수천년 동안 가라앉아 퇴적한 땅으로, 석탄이 되기 직전의 토양이라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식물이 흡수하는 탄소량의 두 배 이상을 저장할 수 있고, 일반 토양보다 탄소저장량이 10배 이상 높아 지구의 탄소저장고 역할을 한다.
문제는 탄소저장량이 막대한 만큼 소멸되거나 불이 날 경우 탄소배출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데에 있다. 인도네시아에선 2015년과 2019년 이탄지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는데, 각각 규모가 260만ha, 160만ha에 이르렀다. 좀처럼 상상하기 어려운 규모인데, 지난 3월 울진·삼척 산불의 피해면적은 2만523.24ha였다. 이보다 100배 이상 큰 규모다.
조 센터장은 “당시 산불에 따른 연무로 공항이 폐쇄되고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 등 인근 국가까지 연무 피해로 국제 분쟁이 일어났을 정도”라고 전했다. 이어 “이탄지를 산불로부터 보호하고 이탄지를 복원·보전하는 게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그는 산림자원은 굉장히 오랜 시간을 들여 투자·관리해야 하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조 센터장은 “숲의 기능을 향상하려면 단순히 심고 보호하는 것뿐 아니라 잘 관리해주고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며 “사업적으로도 인내심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김상수·최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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