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란 현실과 나로부터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다.”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유머를 높이 평가한 학자다. 고통스러운 현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인간 정신 능력 중에서도 최상급으로 유머를 꼽았다.

월요일 아침 교수대로 끌려가는 사형수가 있다. 이 사형수가 남기는 마지막 말, “이번 주는 시작부터 좋네.” 그가 말하는 유머는 이런 식이다. 죽음이란 최악의 절망 속에도 한 마디를 던질 줄 아는 능력. 죽음 자체를 피할 순 없지만, 죽음으로부터 정신까지 굴복당하지 않는 능력. 유머의 핵심은 ‘여유’이다. 그 어떤 순간에도 한 마디 여유를 던질 수 있는 자만이 유머의 자격이 있다.

안톤 체호프 단편 ‘다락방이 있는 집’엔 이런 내용도 있다. 놀러 간 집에서 실수로 소스를 식탁에 쏟아버렸다. 질책 당할까, 큰 폐를 끼친 건 아닐까, 부랴부랴 소스를 닦아냈다. 감명받은 건 주인집의 태도다. 분명 봤음에도 못 본 척 해준 탓이다.

“좋은 교육은 소스를 식탁보에 쏟지 않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그렇게 해도 모른 척 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도 ‘여유’가 등장한다. 다른 사람의 실수를 보채지 않고 눈감아줄 수 있는 여유. 이 여유는 품위를 가져온다.

유머도 품위도 기저엔 ‘여유’가 있다. 여유가 있어야 유머러스한 사람이 되고, 여유가 있어야 품위 있는 어른이 된다. 따지고 보면 삶에서 가장 멋진 덕목은 ‘여유’인가 싶다. 경제적이든 정신적이든.

투자도 마찬가지다. 결국 성공적인 투자는 ‘여유 있는 투자’이다. 여유 있는 투자의 저력은 ‘하락장’에서 발휘된다. 자산가들은 상승장에서도 자산 전부를 주식에 넣지 않는다. 여유를 남겨둔다. 그래서 시장이 급변할 때 투자할 여력을 평소 비축한다.

요즘 일선 PB센터에선 자산가들의 리밸런싱이 한창이라고 한다. 하락장, 조정장은 기회인 탓이다. 평소 여유로 남겨뒀던 현금성 자산, 예금, 채권으로 추가 매수 기회를 엿본다.

분할매수, 저점매수. 요즘 주요 투자업계가 한목소리로 제안하는 투자 전략이지만, 누구나 이 기회를 잡는 건 아니다. 우리 대부분 투자는 그렇지 못하다. 주식을 사려면 또 다른 주식을 팔아야 한다. 여유는커녕, 레버리지 투자에 ‘빚투(빚내서 투자)’, 영혼까지 끌어냈다. 하락장은 추가 매수 기회일 리 없다. 재앙 그 자체다.

‘빚투’ 지표인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한때 27조원대까지 떨어졌지만 최근 다시 증가세다. 주식이 반등 기미를 보이자 또 ‘빚투’까지 손을 댄다. 어느덧 33조원대까지 올라섰다.

투자 방향을 맞추기란 어렵다. 날고 긴다는 전문가들조차 올해 같은 ‘롤러코스피’에선 혀를 내두른다. 투자업계 정보 정점에 있는 리서치센터장들조차 예상 밴드를 내놓기 주저했을 정도다.

이럴 때 더욱더 필요한 게 ‘여유’다. 예상과 어긋날 때 대처할 수 있는 여유, 예상과 부합할 때 다음을 내다볼 수 있는 여유. 자산가들 포트폴리오가 ‘여유 있는 투자’라면, 빚투와 레버리지는 ‘여지 없는 투자’이다.

여유 있는 사람은 유머 넘치는 사람이며, 여유 있는 대인관계는 품위를 가져온다. 그리고 여유 있는 투자는 더 좋은 기회와 선택을 제공한다. 좋은 기업, 좋은 투자 기회는 계속 반복된다.

김상수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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