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쓰러진 상황에서도 추행
[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모텔로 억지로 끌고 들어가려는 남성을 피해 달아나던 여성이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2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피해 여성 A씨는 지난해 12월 저녁 평소 다니던 울산의 한 스크린골프연습장 사장 B씨로부터 ‘내가 당신 때문에 돈을 좀 썼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석 달 전도 비슷한 내용의 문자는 받았던 A씨는 ‘저번에도 그러더니, 무슨 이야기인지 알아야겠다’고 답한 후 해당 스크린골프장으로 갔고 B씨와 대화하며 함께 술을 마셨다.
이후 두 사람은 골프장에서 나왔고, B씨는 만취한 A씨를 집에 데려다주겠다며 길을 걷다가 같이 택시를 탔다. 택시 안에서 B씨는 A씨를 성추행 했는데, A씨가 거부해도 멈추지 않는 장면이 택시 내부 블랙박스에 그대로 찍혔다.
택시는 모텔촌에 진입했고, A씨는 B씨를 그 중 한 곳으로 데려갔다. 검찰이 확보한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B씨가 현관문을 붙들고 버티다 도로 쪽으로 도망가는 모습이 담겼다. A씨는 그런 B씨를 잡아 다시 모텔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모텔 안 카운터 앞에서도 B씨는 A씨와 실랑이를 벌였다. 그러던 중 A씨가 모텔 직원에게 줄 신용카드를 꺼내는 틈을 타 뒷걸음질로 도망쳤다. 이후 고개를 드는 과정에서 중심을 잃은 A 씨는 몇 걸음 휘청거리다가 현관문 옆에 있는 계단으로 굴러 떨어지면서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A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뇌사 판정을 받고 투병하다 올해 1월 사망했다.
B씨는 사고 당시 A씨가 쓰려져 있는 것을 보고도 입을 맞추고 신체 일부를 만지는 등 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재판 과정에서 성폭행 의도가 없었고, A씨 사망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B씨에게 적용된 강간치사와 감금치사, 준강제추행 등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두 사람이 이 사건 발생 전까지 둘이서 술을 마시거나 교제한 사실은 없다”며 “당일 A씨가 구토하는 등 만취 상태라는 것을 B씨가 잘 알고 있었고, 자신에게서 벗어나려고 계속 시도하던 중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B씨가 짐작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1심 재판부는 다만 B씨가 혐의 일부를 인정하고 벌금형 외에 다른 전과가 없는 점 등을 참작해 법률상 처단형 범위 중 가장 낮은 징역 10년을 선고했고, 양측 모두 항소해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B씨는 항소심에서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A씨 유족 측은 형량이 너무 낮다며 엄벌을 요구하고 있다.
A씨 남편은 “아내는 주량이 약한데 억지로 술을 마신 것 같다. 모텔에서 사건이 발생하는 바람에 근거 없이 소문이 돌아 명예마저 실추되고 있다”면서 “B씨는 나도 아는 사람인데, 아내가 숨진 후 사과도 받지 못했다. 법원 앞에서 1인 시위라도 해서 억울함을 풀고 싶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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