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파동·체르노빌 사고 계기로

에너지 효율화·풍력발전 집중

동시에 GDP 62% 성장까지

덴마크 코펜하겐 시내에서 가장 높은 열병합발전소 아마게르 바케(Amager Bakke)에서 내려다 본 미들그룬덴(Middelgrunden) 해상풍력 발전단지. 주소현 기자
덴마크 코펜하겐 시내에서 가장 높은 열병합발전소 아마게르 바케(Amager Bakke)에서 내려다 본 미들그룬덴(Middelgrunden) 해상풍력 발전단지. 주소현 기자

[헤럴드경제(덴마크 코펜하겐)=주소현 기자] 에너지가 곧 ‘무기’이자 ‘국력’인 시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천연가스를 비롯한 원유, 석탄 등 화석연료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우리 경제도 직격탄을 맞았다. 화석연료 수입액이 크게 늘어난 탓에 지난달에는 역대 9월 중 가장 많은 수출액을 기록했음에도 무역적자를 면치 못했다. 높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로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6개월 연속 무역적자도 기록했다.

화석연료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은 이미 ‘글로벌 스탠다드’가 됐다. 재생에너지로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충당하자는 ‘RE100’에 전세계 386개 기업이 가입한 가운데, 한국은 아직 22개에 그쳐 더딘 편이다. 그나마 삼성전자, 현대차, 네이버 등 9개 주요 기업이 올해 합류한 만큼 국내에서도 탈탄소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과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대한 압박이 동시에 커지고 있는 가운데 풍력발전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비중을 빠르게 높이고 있는 덴마크가 전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덴마크에서 풍력발전은 새로운 산업으로써 일자리를 창출하고 관련 발전사 및 제조사들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내고 있다. 50년 전, 사실상 사용 에너지 전량을 수입하던 덴마크는 화석연료를 대부분 걷어내고 80%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대전환했다. 높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한국에 덴마크의 이 같은 ‘반전’이 실마리를 제공해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코펜하겐에서 만난 재생에너지 정책 싱크탱크인 ‘스테이트오브그린’의 마우누스 호이비어 메어닐드 언론커뮤니케이션 총괄은 덴마크 에너지 전환의 출발점으로 ‘석유파동’을 꼽았다. 그는 “1970년대 에너지의 99%를 수입했고 특히 중동 원유 수입 의존도가 컸다”며 “하루아침에 유가가 급등하는 것을 보며 정부와 기업, 시민 모두에게 경제와 안보의 차원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1980년대 중반 체르노빌 원전사고와 맞물려 덴마크 국회에서 원자력발전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자 남은 선택지는 풍력발전과 에너지 효율화뿐이었다.

코펜하겐에 위치한 열병합발전소 아마게르 바케(Amager Bakke). 주소현 기자
코펜하겐에 위치한 열병합발전소 아마게르 바케(Amager Bakke). 주소현 기자

이중 덴마크는 에너지 효율화부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코펜힐(Copenhill) 또는 아마게르 바케(Amager Bakke)로 불리는 열병합발전소, 즉 쓰레기 소각장이다. 평균 해발고도가 30m 가량으로 편평한 덴마크, 수도인 코펜하겐 시내에 홀로 솟아있는 높이 85m의 건물이다. 언덕이 갖고 싶은 코펜하겐 시민들의 열망을 살려 외부는 스키장과 암벽등반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1970년대부터 쓰레기 처리와 발전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지역 주민들을 오랜 기간 설득해 얻어낸 결과물이다.

아마게르 바케는 시간당 35t씩 24시간, 1년 내내 쓰레기를 태운다. 지난해 이곳에서 처리된 폐기물만 556만t에 달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열로 연간 8만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과 9만가구의 난방이 해결된다. 주민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휴식과 관광으로 활용될 수 있는 외관과 철저한 정화시설도 갖췄다. 굴뚝에서 배출되는 연기에는 수증기와 이산화탄소 뿐이다. 이같이 각 지역의 특성과 요구에 맞춘 열병합발전소가 덴마크 전역에 24개 있다.

풍력발전 걸음마도 차근차근 뗐다. 덴마크는 1978년 처음으로 풍력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하기 시작하고 1987년에는 유럽에서 가장 큰 육상풍력단지를, 1991년에는 세계 최초 풍력발전단지를 건설했다.

이같은 노력을 바탕으로 덴마크는 199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화석연료 발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면서 경제성장까지 이뤄냈다. 석탄발전은 1994년 82.82%에서 2020년 10.66%로 줄이고, 같은 기간 재생에너지의 비중은 4.34%에서 82.28%로 늘렸다. 동시에 1990년에 비해 2020년 국내총생산(GDP)도 62% 성장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난해까지도 석탄(34.3%)의 발전량 비중이 가장 컸다. 뒤이어 가스(29.2%), 원자력(27.4)%, 신재생에너지(7.5%) 순이었다.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10년 전인 2012년(2.5%) 대비 3배 증가했지만 여전히 가장 낮다.

메어닐드 총괄은 “이같은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투자와 일관적인 정책 집행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수십 년간 에너지전환과 경제성장을 함께 이뤄낼 수 있었던 핵심은 민관협력”이라고 강조했다.


address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