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거센 보조금 차별…국내기업 발목잡기 본격화
현대차 아이오닉5, 9월판매 7월비해 30% 감소
기아 EV6도 실적 매우저조...특단대책 시급해
미국산 전기차에만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결국 현대자동차그룹의 발목을 잡았다. 정치적인 이유로 유럽연합(EU)과 일본의 대응 공조도 여의치 않은 가운데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더 중요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기사 2면
3일(현지시간) 현대차 미국판매법인(HMA)은 지난 9월 한 달간 전기차 ‘아이오닉 5’를 1306대 판매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8월 판매량(1517대)보다 14%, 7월(1984대·아이오닉 포함)보다 30% 줄어든 수치다.
기아의 전용 전기차 ‘EV6’ 판매 역시 전월(1840대)보다 22% 급감한 1440대에 그쳤다. 이에 따라 지난해 이후 꾸준히 증가했던 현대차·기아의 친환경차(전기차·하이브리드·수소전기차) 판매량은 8월 총 1만1263대로 집계되며 전월 대비 24.4% 감소세로 돌아섰다.
전기차 판매가 급감한 이유는 IRA 시행으로 현대차그룹에 주어지던 세액공제 혜택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IRA는 지난 8월 1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후 바로 시행됐다. 이 법은 미국에서 최종 생산된 전기차에 대해서만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한다.
‘아이오닉 5’와 ‘EV6’는 전량 한국에서 생산 후 미국으로 수출돼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특히 8월은 현대차그룹이 생산한 전기차의 약화한 가격 경쟁력이 반영된 시점이다.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 지역에 전기차 신규 공장을 짓고 있다. 그러나 완공 시점은 오는 2025년이다. 현행 IRA가 유지된다면 현대차그룹은 1년 이상 미국산 전기차와 불리한 경쟁을 이어가야 한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조 바이든 행정부와 미국 민주당이 IRA를 주요 정치적 성과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소비자들이 이를 인식해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구매에 선뜻 지갑을 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EU와 일본 등 상황이 비슷한 다른 국가와 공조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외교적 압박을 가하려던 우리 정부의 구상도 난항을 겪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8월 말 작성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 주요국 동향 및 입장’이라는 제목의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주한 EU대사관은 우리 정부와 면담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과 공조 관계를 구축 중이라 IRA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지난 상반기 미국에서 한국 다음으로 전기차를 많이 판매한 독일과 일본, 스웨덴 모두 EU와 비슷한 입장을 내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부는 해당 내용을 국회에 보고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캐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을 통해 미국 정부에 우려를 전달하는 등 양자 협의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당시 미국 측은 “(바이든 정부 내에) 한국에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며 “IRA 세부 지침 등 마련 과정에서 한국 측 의견을 충분히 담을 수 있는 방향을 적극적으로 들여다보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코트라 워싱턴무역관은 최근 발간한 경제통상 리포트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해온 자국산 우대정책이 정작 국내 비용 증가 및 수요 문제로 이어지면서 각종 면제 조치가 뒤따르고 있다”면서 “11월 중간선거 이후 전기차 원산지 제도가 일부 유연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원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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