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가능한 집한건물 1만개 중 32개꼴로 거래
자취 감춘 매수자들…‘거래 실종기’에 놓인 시장
영끌수요 몰렸던 노원, 서울선 거래회전율 최저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부동산시장 내 매매활성화 수준을 보여주는 거래회전율이 지난달 9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최근 금리 인상과 고물가, 경기 침체 우려 속에 매수세가 위축되면서 사실상 ‘거래 실종기’에 들어선 시장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집합건물(아파트·다세대·연립주택·오피스텔 등) 거래회전율은 0.39%로, 2013년 1월 0.32% 이후 9년 7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거래회전율이 낮을수록 거래 가능한 부동산에 비해 소유권 이전등기가 완료(등기원인 매매)된 부동산이 적다는 것으로, 지난달에는 집합건물 1만개 중 32개꼴로 거래됐다는 의미다.
거래회전율은 지난해 3월 0.83%를 찍은 뒤 소폭 하락하기 시작해 같은 해 6~11월 0.60%대, 12월 0.59%로 내려앉았다. 올 들어선 1월 0.50%에 이어 2~6월 0.46~0.47% 수준을 오가다 7월 0.42%, 지난달 0.39%로 더 낮아졌다.
전국 17개 시·도 중에서는 대전의 집합건물 거래회전율이 0.21%로 가장 낮았고, 서울(0.26%), 울산(0.29%), 부산·광주·경북·경남(0.33%)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지난해 거래회전율이 최고 1%대를 나타냈던 경기·인천도 지난달에는 각각 0.43%, 0.55%를 나타냈다.
서울은 지난해 월별로 0.44~0.73% 수준을 보였는데, 올해 상반기에는 0.30%대에 머물다 7월 0.28%, 8월 0.26% 등 갈수록 더 낮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중저가 단지 ‘영끌’ 수요를 바탕으로 집값이 큰 폭으로 올랐던 노원구(0.08%)를 중심으로 한 거래 침체 양상이 뚜렷했다.
최근 금리 인상과 고물가, 집값 하락 우려 속에 매수심리가 얼어붙으면서 거래시장 내 활력도 떨어지는 모습이다. 9월 첫째 주(5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6.7을 기록해 16주 연속 하락했다. 매매수급지수는 기준선(100)보다 낮으면 낮을수록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18주 연속 떨어진 서울의 지수(80.9)는 2019년 7월 1일(80.3) 이후 약 3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극심한 거래 침체 상황을 고려하면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 80선 붕괴도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지금은 기준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 대내외 경제여건 등이 주택 구매 결정에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연말까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수요자들의 관망세가 이어지면서 규제 완화에 따른 거래 활성화 효과도 제한적일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