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보는 구조개편 포인트

이재용 부회장 현장 대외활동 활발

오너경영 장점 살리고 단점 줄이고

법적 근거·효율성·투명성 전제돼야

지배구조 정착 ‘상당 시일’ 걸릴 것

준법감시위 역할·논의 필요성 부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복권 이후 활발한 경영행보를 이어가면서 향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과거 폐지됐던 미래전략실과 같은 그룹 컨트롤타워의 부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컨트롤타워는 법적지위를 확립하고 투명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5일 광복절 특별복권 이후 활발한 대외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16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만나 인류 난제 해결을 논의했고 19일에는 경기도 기흥 연구개발(R&D) 단지 착공식과 화성캠퍼스 직원 간담회에 참석해 기술을 강조하고 직원들과 호흡했다.

지난 24일에는 삼성엔지니어링을 방문해 사내 어린이집을 방문했으며 26일에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방문해 MZ세대로부터 보고를 받고 직원 간담회를 통해 직원들을 격려했다.

최근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여러 전망들이 제기된다.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인 오너 일가의 지배력 확립을 위한 수직적 개편은 물론 미래전략실 부활에 대한 예상들도 나오고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을 지낸 신진영 자본시장연구원장은 최근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 재설치와 관련해 “경우에 따라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신 원장은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의 발언을 언급하며 “미전실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정확한 법적 지위가 있고 권한과 책임이 부여되고 투명하게 운영된다면 나쁠 것이 없다는 데에 상당부분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룹 컨트롤타워는 법적 근거와 이에 맞는 권한과 책임이 부여돼야 하며 조직의 효율성과 투명성 역시 담보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과거 재벌개혁을 추진했던 김상조 전 위원장은 2016년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삼성은 국내 계열사만 약 60개이며 총 400여개의 계열사가 있다”며 “미래전략실은 삼성전자의 컨트롤타워다. 그룹은 컨트롤타워 없이 경영을 잘하기 힘들다”고도 말한 바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도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최 교수는 “그룹 통할 기구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것은 문제”라며 “삼성의 미래를 위해 그룹을 전체적으로 통합할 구조를 확립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1기 위원을 지낸 봉욱 전 대검찰청 차장은 이재용 부회장의 복권 이후 활발한 경영활동과 이를 뒷받침할 지배구조 개편 방향에 무게를 뒀다.

봉욱 전 차장은 “긴 호흡으로 경영을 하고, 적극적인 대규모 투자와 인재발탁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오너경영의 장점”이라며 “이를 어떻게 살릴 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결론까지 내진 않았지만 1기 위원회에서도 오너경영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준법 리스크를 어떻게 해소할 지,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어떻게 줄일지 방법을 찾는 것에 대해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룹 컨트롤타워의 조직 구성상 효율성과 투명성이 중요하다는 조언도 뒤따랐다. 신 원장은 “삼성그룹과 같은 큰 조직에서 의사결정이 집중될 경우 효율성도 있지만 비효율성도 있을 것”이라며 “미전실이 향후 어떤 투명한 형태로 조직되고 역할을 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배구조 개편은 그룹 내에서 가장 중요한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것이 핵심이다. 시장에서는 오너 가의 소유 지분이 많은 삼성물산을 지주사로 하고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스웨덴 발렌베리가와 같은 유럽의 가족경영 지배구조 모델로의 전환이 언급되기도 한다. 이재용 부회장이 가업을 승계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만큼 이 부회장의 구체적인 계획과 판단이 중요한 시점이다.

신 원장은 “이 부회장이 4세 승계를 하지 않는다고 했고 실제 경영활동 할 수 있는 기간동안 앞으로 삼성그룹 지배구조를 어떻게 가져갈지 구체적으로 계획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식 모델에 대해선 “제도나 역사적 배경이 달라 그대로 도입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준선 교수 역시 “공정거래법상 현실화되기 어렵다”며 “법 개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삼성의 지배구조 정착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최 교수는 “개편 정착까지 수 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신 원장은 “유럽도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라 100여 년 이상 세월 동안 꾸준한 논의와 정착이 있었다”며 “빌 게이츠도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하고 지금같은 전문경영인 체제가 성공적으로 만들어지기까지 10여 년 이상 세월이 흘렸다”고 말했다.

향후 지배구조 개편 작업과 오너 중심 경영을 보완하기 위한 준법감시위원회의 역할에 대해서도 강조됐다.

봉욱 전 차장은 “1기에서 지배구조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했었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 지는 2기에서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신진영 원장도 “준법감시위원회가 나름 어느정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준법위와 논의도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이찬희 준법감시위원장은 지난 1월 취임을 앞두고 기자간담회를 통해 “삼성이 국내를 넘어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되는 것을 추구한다면 지배구조개선은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 것인 지에 대해 외부 전문가 조언과 내부 구성원의 의견을 다양하게 경청하면서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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