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침체 시 유동성·건전성 직격탄

보수적 기조 전환, 신용도 하락 우려도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이 캐피탈사 유동성(Liquidity) 악화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123RF]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이 캐피탈사 유동성(Liquidity) 악화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123RF]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가 2금융권의 ‘시한폭탄’으로 떠오르면서 저축은행, 카드사 뿐 아니라 캐피탈업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수익성이 높은 부동산 PF 규모를 늘려 실적을 높였지만 고금리와 경기 침체에 따른 부동산 시장 둔화로 캐피탈사의 건전성 지표 하락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25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28개 캐피탈사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20조9000억여원으로 지난해 1분기 대비 51.8% 가량 증가했다.

현대, 하나, 신한, 현대, 우리금융 등 자산규모 상위 5개 캐피탈사의 부동산 PF대출은 모두 5조6505억원으로, 1년새 2배 넘게 늘었다.

본래 캐피탈사들의 주요 수익원은 자동차 할부금융이다. 소비자가 자동차를 구매할 때 필요한 돈을 빌려 주고 원리금을 돌려받으며 수익을 냈으나, 금융소비자들이 더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카드사로 옮겨가면서 자동차금융 시장에서 잃어버린 수익을 메울 대안으로 기업금융, 특히 부동산 PF대출에 주목한 것.

사업이 무리 없이 진행돼 분양이 잘 되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반대로 개발이 중단되거나 분양 실적이 저조하면 수익이 나지 않아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다.

캐피탈사의 부동산 PF대출이 늘어난 데는 금융당국이 브릿지론에 대한 대출 분류 기준을 강화한 영향도 있다.

브릿지론은 본격적인 부동산 PF사업을 진행하기 이전에 토지 구매 등의 준비 자금을 빌리는 대출이다. 올해 1월부터 금융감독원은 캐피탈사들에 대해 담보가치가 브릿지론 규모의 130%를 넘지 못하면 부동산 PF대출로 분류하도록 조치했다.

캐피탈업계가 부동산 PF대출을 놓고 고심이 커지는 가장 큰 이유는 부동산 PF시장의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이다.

사업 전에 대출을 내주는 구조인 만큼 사업이 잘 마무리돼야 대출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을 수 있다. 그런데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로 부동산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된데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부동산 개발 사업에 들어가는 비용도 크게 늘어났다.

이에 더해 예·적금 수신 기능이 없는 캐피탈사의 자금조달도 여의치 않다.

캐피탈사는 카드사와 같이 여전채(여신전문금융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최근 여전채 금리가 4%대를 훌쩍 넘기며 4개 민간기관의 평균치가 집계된 이후 최고치를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 당장 유동성, 건전성 지표의 하락이 우려되는 이유이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카드·캐피탈 등 여신업계와 저축은행업계와의 간담회에서 부동산 PF대출 부실 가능성에 대해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이미 현대캐피탈, BNK캐피탈 등이 사업성 평가가 미흡했다는 이유로 금감원으로부터 개선 조치를 요구받기도 했다.

신용평가사는 올 하반기 중 기준금리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캐피탈사의 자금조달비용 증가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낮은 신용도 캐피탈사를 중심으로 유동성 대응능력을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캐피탈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PF대출 한도가 영업자산의 30% 한도로 이미 다 차서 자금이 더 들어가진 못하는 상황”이라면서도 “이미 들어간 자금이 부동산 경기 침체 시 부실로 이어질 수 있어 보수적인 기조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th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