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집 출금해제 청원에 상황밝혀

러사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루한스크주에 있는 도시 세베로도네츠크를 포위하고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22일(현지시간) 이 도시와 리시찬스크를 잇는 교량이 파괴된 모습이다.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 주지사는 러시아군이 교량 하나를 더 파괴하면 세베르도네츠키는 완전히 외부와 차단된다고 우려했다. [AFP]
러사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루한스크주에 있는 도시 세베로도네츠크를 포위하고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22일(현지시간) 이 도시와 리시찬스크를 잇는 교량이 파괴된 모습이다.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 주지사는 러시아군이 교량 하나를 더 파괴하면 세베르도네츠키는 완전히 외부와 차단된다고 우려했다. [AFP]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가장 어려운 전선인 동부에서 하루 50~100명이 사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사자 관련 정보를 거의 내놓지 않던 우크라이나가 이런 수치를 밝힌 건 드문 사례인데, 징집 연령에 해당하는 남성의 출국 금지 조처를 해제해달라는 청원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자국군이 처한 상황을 시사한 거라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인디펜덴트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자국을 깜짝 방문해 의회에서 연설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가진 합동 기자회견에서 이같은 사망자 숫자를 언급, “그들은 우리나라와 독립을 지키고 있다. 세계 모든 사람이 얘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런 대답은 한 기자가 18~60세의 우크라이나 남성 대부분에 내려진 출국금지 조처 해제에 대해 묻자 나온 것이다. 대통령실 홈페이지에 게시된 이 청원엔 2만5000명 이상 서명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자국을 침공한 첫 날인 2월 24일 계엄령을 선포해 징집에 나섰다.

WP는 우크라이나는 전장에서 사망자 정보를 상대적으로 거의 발표하지 않았다며 올레크시 아레스토비치 대통령실 고문은 지난 3월 BBC에 우크라이나가 상당한 손실을 입었다면서도 끝까지 숫자를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러시아측이 7000~1만5000명의 병사를 잃었다고 추산할 때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청원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 즉답을 피했다. 그는 “난 이 청원이 누구에게 전달돼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아마도 내게, 아니면 목숨을 바쳐 지역과 도시를 지킨 아들을 잃은 부모에게 전달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8일 의회에 오는 25일 종료하는 계엄령을 90일 연장하는 법안을 제출했고, 의회는 이날 통과시켰다. 이로써 계엄령은 오는 8월 23일까지 이어진다. 러시아와 장기전에 대비하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진행한 대국민 연설에서 동부 돈바스의 상황이 정말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돈바스에 속한 루한스크주의 핵심 도시인 세베로도네츠크의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러시아군이 초토화하고 함락한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이 될 수 있다는 뜻에서 세베로도네츠크가 ‘새로운 마리우폴’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 주지사는 이날 “러시아군이 교량 하나를 더 파괴하면 세베르도네츠크시는 불행히도 완전히 차단될 것”이라며 “전쟁 전 인구 10만명 이상이었던 세베르도네츠크엔 약 1만명이 남아 있고, 대부분 계속 대피소에 있다”고 전했다.

류드밀라 데니소바 우크라이나 인권 옴부즈먼은 텔레그램에 “세베로도네츠크가 새로운 마리우폴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 지역 경찰은 전날 민간인은 포격을 견딜 수 없다며 대피를 촉구하는 글을 전날 텔레그램에 올렸다.

미국의 국방 관련 싱크탱크인 전쟁연구소(ISW)는 러시아군이 이지움 등에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함에 따라 세베로도네츠크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국방부도 러시아가 BMP-T 터미네이터 탱크를 세베로도네츠크에 배치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러시아 중앙군이 이번 공격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했다. 중앙군은 러시아의 1단계 특수군사작전 때 키이우(키예프) 인근에서 큰 손실을 입은 부대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홍성원 기자


hong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