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세라티는 강력한 주행 성능과 함께 ‘아름다운 배기음’으로 명성이 자자한 브랜드다. 피아니스트와 작곡가를 동원해 배기음을 튜닝할 정도로 엔진 배기음에 ‘진심’이다. 그런 마세라티에서 마일드하이브리드(MHEV)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르반떼 GT 하이브리드’를 내놨다. 너무 기대감이 컸던 탓일까. 주행 성능은 만족스러웠지만, 배기음은 살짝 아쉬움이 남았다.
‘르반떼 GT 하이브리드’ 엔진은 알파로메오가 만든 직렬 4기통 2.0ℓ 가솔린 엔진이다. 마세라티 차량에 2.0ℓ급 엔진이라니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하지만 페달을 통해 전달되는 가속감은 상당했다.
직분사 터보차저, e부스터와 배터리가 결합한 48V MHEV 시스템 덕분이다. 제원은 최고출력 330마력, 최대 토크 45.9㎏·m다. ‘밟는 대로 나간다’는 표현이 적절했다.
MHEV는 유럽 완성차 브랜드들이 강화되고 있는 배출가스 규제를 만족하면서도 기존 차량의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해 속속 확대 적용하고 있는 시스템이다. 르반떼에 MHEV 시스템이 적용됐다는 것은 마세라티와 같은 고성능 브랜드도 친환경 추세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장이 5m가 넘고 공차중량이 2.2t이나 되는 거구지만, 서울 홍제동에서 자유로를 거쳐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으로 이어지는 시승 내내 경주마가 달리는 듯 엄청난 속도감을 몸소 체험했다. 가속 초반에 전기 모터가 힘을 더하니 터보랙을 느낄 새도 없이 순식간에 도로 제한속도에 다다랐다. 고성능 모델인 ‘르반떼 트로페오’까진 아니더라도 ‘르반떼 모데나’에 비해 뒤처지지 않는 가속이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걸리는 시간은 6초에 불과했다.
회생제동 시스템은 제동과 감속 시에 트렁크에 탑재된 배터리를 충전한다. 엔진이 최대 회전수에 도달해도 추가 가속이 가능한 엑스트라 부스트 기능을 제공하고, 노멀 모드에서는 연료를 아끼는 데 도움을 준다. 다만 복합연비는 리터당 7.9㎞로 크게 인상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 트립 컴퓨터에 기록된 주행 연비는 리터당 9㎞ 이상으로 기대 이상의 효율성을 보여줬다. 고속도로 램프 구간이나 커브 길에서 느껴지는 회전 실력은 ‘역시 마세라티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액슬에 차동제한장치(LSD)를 장착해 최적의 구동력 배분을 돕고, 토크 벡터링 시스템과 4륜구동 시스템이 스포티한 주행 질감을 제공했다. 상황에 따라 앞뒤 구동력 배분이 적절히 이뤄져 차체의 거동 역시 안정적이었다. 그만큼 주행 성능에선 아쉬움이 없었다.
아쉬운 부분은 스포츠 모드였다. 스포츠 모드로 변경하고 가속 페달에 힘을 주는 순간, 허전한 기분이 들었다. 순수 가솔린 엔진을 얹은 르반떼 모델을 몰았을 때 느꼈던 두근거림이 느껴지지 않았다. 마세라티의 시그니처라고 생각했던 배기음이 다소 밋밋해졌기 때문이다. 물론 발놀림에 따라 이른바 ‘팝콘 터지는 소리’는 여전했지만, ‘르반떼 GT 하이브리드’의 배기음은 그 팝콘의 크기가 절반 정도로 작아진 듯했다. ‘부르릉’ 거리는 중저음의 부밍음도 살짝 맥이 빠지게 느껴졌다.
외장 디자인은 기존 르반떼 모델과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앞서 출시된 기블리 하이브리드와 같이 친환경 모델임을 강조하기 위해 사이드 에어벤트, 브레이크 캘리퍼, C 필러 로고 등에 ‘코발트 블루’ 패턴이 더해진 것이 특징이다.
전 세계적인 ‘친환경’ 흐름은 테슬라와 같은 전기차 브랜드뿐 아니라 완성차 브랜드에도 전동화를 강요하고 있다. 내연기관 시대 독특한 배기음으로 충성고객을 확보했던 마세라티도 이러한 흐름을 완전히 거부할 수는 없다고 느껴졌다. 마세라티의 첫 전기차 그레칼레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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