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취향은 한쌍인지도 모른다. 특정한 일을 하는 사람에겐 공통된 취향 같은 게 있게 마련이다. 일이 그런 취향을 만드는 것인지. 그런 게 좋아 그런 일을 하는 것인지 앞뒤는 불분명하다.
석간신문 기자 생활 30년을 맞은 저자가 ‘사소한 기쁨’(현암사)에 풀어놓은 좋아하는 것들의 리스트와 루틴을 보며 슬몃 웃음 짓는 이들이 있을 듯하다.
짙은 블루의 어둠을 밟으며 출근하는 새벽길의 뿌듯함과 선명한 새벽달, 뉴스 거리에 목마른 아침의 쓰고 진한 모닝 커피, 달달함이 간절한 막간 타임과 수다, 책이 일이자 취미인 저자의 일상 말이다.
갸릉거리는 고양이를 안은 것처럼 포근하고 부드러운 소소한 읽는 즐거움을 주는 ‘사소한 기쁨’은 느리고 담담하게 궤도를 움직이는 대관람차처럼 하루의 리듬에 맞춰 지난 시간, 기쁨을 주고 마음을 일렁이게 한 책과 영화, 삶의 한 갈피들을 보여준다.
하루키 ‘1Q84’의 주인공 아오마메와 덴고의 사랑을 연결해준 두 개의 달로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모닝 커피의 환상을 불러 일으킨 톰 행크스· 맥 라이언 주연의 ‘유브 갓 메일’, 두리안 스케가와 소설 ‘앙-단팥 인생 이야기’로 이어진다.
스위스의 국민작가 로베르트 발저의 동네 산책 이야기, 스트레스를 푸는 갖가지 방법, 취미 만들기와 워킹맘의 일상 등 생활과 작품 이야기가 어우러져 잔잔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대만 청춘 영화의 꽃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를 통해 청춘들에게 들려주는 사랑의 메시지, 30년 직장생활을 하며 느낀 애환과 깨달음은 후배들에게 주는 선배의 따뜻한 위로다.
빈둥거릴 수 있는 ‘소파 위가 천국’이라는 저자의 작은 행복 예찬은 행복이 그렇게 거창한 것 만은 아닌 만만하게 봐도 좋다는 얘기겠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사소한 기쁨/최현미 지음/현암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