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한국 사회에서는 임산부에 대한 배려를 찾기 힘들다. 그런 상황에서 코로나 시대에 아이를 가지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할 만큼 임산부나 그의 가족에게 힘든 일이다.”
얼마 전 만난 지인의 토로다. 임신 5개월차에 접어든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하는 지금 하루하루가 너무나도 불안하고 초조하다고 했다. ‘코로나19에 감염될까’ 걱정돼 다니던 직장까지도 그만뒀다. 경제적인 어려움이 걱정됐지만 자신과 태어날 아이를 보호할 방법은 이것뿐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25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코로나19 확진자는 8571명으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신종 변이 ‘오미크론’ 여파로 설 연휴를 전후해 일일 확진자 1만명 돌파가 전망되고 있다. 2월에는 ‘확진자 2만명설(說)’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면역력이 취약한 임산부들은 공포에 떨고 있다. 더욱이 최근 코로나19에 감염된 임산부들이 사망하거나 아이에게까지 악영향을 준 소식이 연이어 들리면서 그 공포감은 극대화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와 정부는 임산부들의 안전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는 듯하다.
임신 초기 직장인 김모(35) 씨의 사례는 한국 사회가 얼마나 임산부 배려에 인색한지 보여준다. 그는 최근 회사 내에서 확진자가 발생하고, 밀접접촉자 등도 연이어 나오자 재택근무가 가능한지에 대해 상사에게 문의했다. 돌아오는 답은 “회사에 안 나와도 바깥 생활 완전히 끊고 살 거 아니면 똑같은 거 아니냐”는 비아냥 섞인 거절뿐이었다.
김씨는 “코로나19에 걸리면 면역력이 약한 임산부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고 임산부 본인뿐 아니라 아이에게 어떤 영향이 갈지 모르는데 직장에서는 그런 부분을 크게 인식하지 않고 있다”며 “개인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힘든 게 현실인데 차라리 정부에서 지침을 내려 임산부에 대한 재택근무를 강제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의 바람과 달리 정부 역시 임산부에 대한 배려는 뒷전인 듯 보인다. 임산부와 관련한 코로나19 정책은 ‘방역패스’를 무기로 한 백신 강제가 전부다. 정부는 전날 방역패스 예외 대상에서 임산부는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임산부들은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모르는 백신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산부인과 의사들조차 임산부들에게 백신을 적극 권유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정부가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백신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네거티브한 방법으로 백신을 강제하는 것은 전근대적 발상”이라고 지적하였다.
임산부를 배려하지 않고, 새 생명을 경시하는 이런 사회 분위기는 결국 ‘인구 절벽’을 가속화하는 악재가 된다.
생색내기 지원금만으로는 인구 절벽을 막을 수 없다. 새로운 미래를 짊어질 희망을 품고 있는 임산부에 대한 기본적인 안전조차 보장하지 않는 한국 사회가 스스로 절망의 길로 가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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