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젠더법학연구소, 인권위 용역연구

피해자 동의시 영장 없이 계정 접근 등

적극적 수사 방안 마련 필요성 지적돼

위장수사 범위 명백히 하는 등 보완 요구도

[123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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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박사방’·‘n번방’ 사건을 통해 알려진 아동·청소년 디지털 성착취 문제가 갈수록 교묘해지고 심각해지는 가운데, 적극적인 수사와 대응이 가능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성착취물 소지·유포가 구체적 성범죄로 발전하지 않도록 ‘온라인 수색’을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9일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따르면 인권위 연구용역을 받아 이화여대 젠더법학연구소가 최근 펴낸 ‘아동·청소년 성착취 피해예방과 인권적 구제방안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아동·청소년 디지털 성착취 수사 관계자들에 대한 심층 면접조사에서 수사의 어려움이 많다고 지적됐다.

경찰과 검찰 모두 지적하는 문제는 디지털 환경의 특수성 때문에 가해자 특정이 어렵다는 점이다. ‘박사방’ 사건에 사용된 텔레그램 등 메신저 플랫폼이 대부분 외국에 서버를 두고 있어 증거 확보를 위한 영장 집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수사 현장에서는 사이버범죄협약 등 국가적 차원의 수사 공조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경찰에서는 실명 가입 의무화 등 플랫폼 사업자 등에 대한 책무가 강화되는 한편 수사기관의 증거 확보 방안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 조사 참가자는 일대일 대화 녹음이 불법이 아닌 것처럼, 일대일 채팅방 또한 대화로 해석해 증거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제언을 내놨다. 대화 내용이 금방 삭제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 피해자 동의가 있으면 영장 없이도 계정에 접근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지난해 9월부터 가능해진 아동·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위장수사’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경찰은 상급기관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의 제한으로 수사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며 법적으로 보완될 필요가 있다는 답변이 나왔다. 위장수사 결과물이 증거로 인정되지 않거나, 피의자가 불능미수 등으로 대응함으로써 실제로 처벌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뒤따랐다.

보고서는 이 같은 심층 면접을 통해 “폐쇄적이고 비공개적인 온라인 사이트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이용해 성범죄가 이뤄지는 등 전통적인 수사기법으로는 적발이 용이하지 않게 됐다”며 디지털 성착취 범죄의 특성을 고려해 수사법제를 정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우선 ‘온라인 수색’ 허용을 논의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온라인 수색이란 국가기관이 원격통신 감시 소프트웨어 등 기술적 수단을 활용해 이용자의 정보기술(IT) 시스템에 비밀리에 접근해 이용자의 시스템 이용을 감시하거나, 열람·수집하는 것을 말한다. 독일은 아동 성착취물 유포·취득·소지죄에 대해 엄격한 요건 하에 온라인 수색을 허용하고 있다.

보고서는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범죄로 이행되기 이전에 범죄 예방 측면에서 온라인 수색은 더욱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로 인해 침해될 수 있는 기본권 보장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입법 논의를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잠입수사·위장수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법 개정을 통해 위장수사의 범위를 명백히 하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보고서는 “온라인 그루밍은 아동·청소년에게 할 때만 처벌되는데, 수사기관은 성인이므로 그루밍죄의 기수범이 성립할 수 없다. 범죄자가 자신과 연락하는 상대방을 아동·청소년으로 믿었다면 (불능)미수가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상급기관의 사전승인 역시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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