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요약
2022 임인년은 호랑이해
조선후기 작품 ‘맹호도’ 보니
꼬리 내린 친근한 호랑이 모습
섬세한 붓터치로 호랑이털 그려
어딘가 응시하는 듯, 해학미도
“코로나야 물렀거라” 경고하는듯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새해가 밝았습니다. 다사다난했던 지난해를 잊어버리고, 새해 희망으로 출발해봅니다.
2022년은 임인년(壬寅年), 호랑이의 해입니다. ‘검은 호랑이’의 해 입니다. 검은 호랑이는 예부터 나쁜 기운을 쫓고, 복을 가져다주는 동물로 여겨졌다고 합니다. 지난 2년간 우리는 코로나로 지쳤지요. 검은 호랑이의 덕으로 코로나의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모두들 행복한 세상이 됐으면 합니다.
호랑이는 한국사회에서 무서운 맹수로 통합니다. 하긴, 호랑이만큼 위협적인 동물도 없었겠죠. 하지만 두려움의 대상만은 아니었습니다. 우리 민족은 호랑이를 무서워하면서도 친근감있게 대했나 봅니다.
호랑이 속담이 많은 것은 이 때문인 것 같습니다. 우리 속담엔 유난히 호랑이가 많이 등장합니다. 두려움보다는 해학과 풍자의 대상입니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 대표적이지요. 이것뿐 아닙니다. ‘호랑이에게 물려 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는 속담에서 알수 있듯이 우리 선조들은 호랑이를 생활 속에 쉽게 끌여들이곤 한 것 같습니다.
호랑이는 우리 미술에도 적잖게 등장합니다. 호랑이 그림의 대표 작가로는 단원 김홍도가 꼽힙니다. 단원의 ‘송하맹호도(松下猛虎圖)’는 단원과 그의 스승 표암 강세황이 함께 그린 것입니다. 호랑이는 김홍도가, 소나무는 강세황이 그렸죠. 이 그림의 호랑이는 용맹스런 기품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화폭 정중앙에 당당히 자리잡은 호랑이, 굵고 긴 꼬리를 들어 올려 한없는 기개를 자랑하는 호랑이. 이 그림 앞에선 웅장함이 느껴집니다. 심사정의 호랑이 그림 역시 꼬리를 세우고 적을 노려보는 용맹함이 담겼고, 그래서 호랑이의 표효하는 모습이 떠올려지곤 합니다.
한국 미술에서 호랑이는 수호신, 군자 등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호랑이는 귀신을 물리치는 ‘벽사(辟邪)’의 의미도 있다고 합니다. 귀신을 쫓는 호랑이답게 2020년 흑호가 코로나를 한방에 잠재우고, 우리를 맘것 웃는 세상으로 이끌어줬으면 합니다.
호랑이해를 맞이해 그림 하나를 공개합니다. 같이 감상해 보실까요? 그림에서 호랑이가 멀리 무엇인가 응시하고 있습니다. 불안함, 긴장감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표정엔 오히려 살짝 미소가 감돕니다. 마치 새끼들의 장난 짓을 지켜보는 것 같죠? 평온해 보입니다. 꼬리도 사뿐히 내렸습니다. 호랑이는 꼬리로 말한다고 합니다. 사냥을 나설 때 꼬리는 하늘을 찌를 듯 솟구칩니다. 그래서 전통 그림 속 호랑이는 통상 용맹과 기개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습니다.
그런데 이 그림의 호랑이는 사뭇 다릅니다. 용맹함에 앞서 편안함이 다가옵니다. 사냥과 생존에 치열한 호랑이가 잠시 숨을 고르고, 사색에 잠겨 있는 듯 보입니다. 인자한 미소로 지친 일상을 위로해주는 것 같습니다. 호랑이해 임인년(壬寅年), 코로나로 턱밑까지 숨이 찬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죠? “걱정마세요. 코로나 물리쳐줄게요”.
▶▶▶조선후기 명당이산(明堂李山)의 작품, 맹호도를 감상해보실까요? 한국고미술협회로부터 진품 감정을 받은 이 작품의 소장자는 이영수 화백입니다. 한국 민화의 대가인 이 화백이 그림을 펼쳐보이고 그림에 대해 설명해줍니다. 그림 멋집니다. 그림 감상과 함께 이 화백의 설명을 동영상에서 들어보시죠.
작가 명당이산은 널리 알려진 인물은 아닙니다. 조선후기의 일반 화가였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작가는 무명에 가깝지만, 이 맹호도는 미술계 차원에서도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일단 명당이산의 맹호도는 호랑이가 편히 쉬고 있습니다. 유명한 화가가 그린 무서운, 또는 용맹스런 호랑이와는 조금 달라보입니다. 그래서 희소성이 있어 보입니다. 또 현재까지 내려온 호랑이 그림이 대체로 흑백인데, 이 작품은 컬러가 살아있어 눈에 띕니다.
이 맹호도는 대나무나 호랑이 이빨·털 등에 석채(石彩)를 사용, 생동감을 표현했습니다. 석채는 보석을 갈아 채색하는 기법으로, 이 작품은 공작석과 민어풀(부레풀, 민어 부레로 만든 접착제), 사슴가죽, 백반 등을 혼합해 채색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흑백이 아닌 다채로운 색채로 작품을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소장자인 이 화백은 “보석을 사용하니 비용이 많이 투입되지만 무엇보다 제작에 인고의 세월을 거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습니다.
호랑이해를 앞두고 이 화백은 작품을 공개하며 더 많은 이들이 작품을 공유, 위안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습니다. 호랑이 그림을 ‘누가 그렸는가’하는 가치측면에서만 보면 지금까지의 많은 호랑이 그림에 비해 밀릴 수도 있겠지만, 친근감 측면에선 어느 작품보다도 뛰어나 보이는 호랑이 그림 소개해봤습니다.
호랑이 기운을 타고, 2022년도 쌩쌩 달려보시죠.
[영상=시너지영상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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