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저녁의 불편함(마리커 뤼카스 레이네펠트 지음,김지현 옮김, 비채)=“한발 물러나 읽을 수 있는 소설이 아니다. 이야기의 일부가 되어 생생히 경험하는 소설이다.” 2020부커 인터내셔널을 수상한 스물아홉살의 네덜란드 작가 마리커 뤼카스 레이네펠트에 대한 부커상심사위의 평이다. 부커상 역대 최연소 수상자인 뤼카스의 데뷔작이다. 초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서늘한 새로운 목소리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소설은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네덜란드의 한 농촌마을에서 시작된다. 열 살 난 농장 아이 야스는 두꺼비를 관찰하고 젖소를 돌보며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하루를 보낸다. 그날 아침, 큰 오빠 맛히스는 간척지 스케이트 대회에 나갔다. “어두워지기 전에 돌아올께”라는 말을 남기고 나간 오빠는 돌아오지 못했다. 날이 따뜻해진 탓에 얼음이 얇아졌고 선두로 나간 맛히스를 아무도 보지 못했다. 크리스마스 트리는 집밖으로 치워졌다. 부모님은 자신의 상실을 감당하기에도 벅차 아이들을 보듬지 못한다. 상실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힌 야스는 그날 입고 있던 빨간 코트를 한여름이 돼도 벗지 못한다. 심지어 대변마저 참는다. 모든 게 멈추고 억눌린다. 그런데 얼마 후 구제역이 돌면서 백 마리가 넘는 소들이 살처분된다. 야스는 애지중지 키우던 소들이 살처분되는 현장을 그대로 목도한다. 어른들의 보살핌에서 벗어난 아이들은 멋대로 작은 동물을 해치고 친구와 동생을 성적으로 괴롭히며 자신의 몸마저 해친다. 소설은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였다. 뤼카스라는 작가의 중간 이름은 젠더퀴어로서 자신을 남성과 여성의 이분법에서 벗어난 ‘넌바이너리’로 선언한 작가가 스스로 지은 이름이다.

▶진짜 이야기(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허현숙 옮김, 민음사)=‘시녀이야기’‘눈먼 암살자’등으로 잘 알려진 세계적인 작가 애트우드의 국내 처음 소개되는 대표 시집. 애트우드는 20대 초반 자비로 ‘이중의 페르세포네’란 시집을 내고 작가 경력을 시작해, 지금까지 모두 열여섯 권의 시집을 냈다. 이번 시집은 1960년대 초기작부터 2000년대 이후의 최근작 중 정수만을 엄선했다. 작가가 소설을 통해 보여준 가부장제와 여성성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시에서도 형상화된다. 미모때문에 전쟁을 촉발했다는 트로이의 헬렌은 생계를 위해 바 카운터 위에서 춤추는 성노동자 여성으로, 여성의 몸은 갤러리의 전시품 A, B,C로 사물화된다. 작가는 일상적·비일상적 폭력의 실상을 열거함으로써 여성의 고통스런 현실을 고발한다. 애트우드의 글쓰기는 진실 드러내기란 일관된 주제를 보인다. ‘그건 얼마 전에 찍은 거랍니다.(…)왼쪽 구석에/나뭇가지 같은 것을 보게 되지요(…)(그 사진은 내가 물에 빠진 다음 날 찍은 거예요. 나는 그 호수 속, 사진 가운데, 수면 바로 아래에 있어요.’( ‘이게 내 사진이에요’)에서처럼 나는 사진상에 드러나지 않는다. 물 속에 있어 보이지 않는다. 애트우드는 작가적 소명을 바로 이 이면을 들여다보려는 노력, 진실찾기에 있다고 보는 듯하다. 표제시 ‘진짜 이야기’ 역시 진실이란 무엇인가로 모아진다. ‘진짜 이야기는 악랄하고/다층적이며 결국//진실하지 않다. 왜 너는/그것이 필요한가? 진짜 이야기를 //한 번이라도 청하지 마라.’(‘진짜 이야기’). 냉철한 눈으로 신화와 먼 이야기들을 통해 역사에서 소외된 사람들, 고통스런 현실을 비춰내는 작가 특유의 메타포가 이어진다.

▶닉센, 게으름이 희망이 되는 시간(아네트 라브이지센 지음, 김현수 옮김, 덴스토리)=2019년 더 나은 삶의 지수에서, 네덜란드는 워라밸 부문 OECD 최고 점수를 받았다. 일. 여가, 육아에서 삶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얘기다. 마음챙김 전문가인 저자는 네덜란드 행복의 비밀을 ‘닉센’에서 찾는다. ‘닉센’은 네덜란드어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나에게 게으름을 허락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게으름은 부정적이고 반사회적인 태도로 여겨져 왔다. 생산성, 효율성을 강조해온 산업사회의 가치가 내재화된 것이다.이제 21세기 닉센은 다르다. 게으름은 창의력과 자신감을 높이고 불안감을 줄이며 재충전을 제공한다. 여기에 꿀잠은 기본이다. 게으름을 피운다는 건 단지 할 일을 미루고 있는 상태가 아니다. 시간을 흘려보내는 걸 낭비로 여기면서 죄책감을 느끼는 게 아니라 일시 멈춤을 통해 진정한 쉼을 주는 행복한 삶의 기술로 여기는 것이다. 저자는 닉센은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며, 누구나 쉽게 실천하는 법을 알려준다. 마음을 편안히 가라앉힐 수 있는 장소, 근처 공원이나 숲, 사무실이나 집 등 어디든 상관없다. 일상의 걱정거리에서 벗어나 현재의 흐름에 맡기면 된다. 스스로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허락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직장에서건 집에서건 닉센을 일상의 루틴으로 만드는 것이다.책은 1일1닉센 실천법과 평범하게 사는 삶의 가치 등 닉센의 정신을 삽화와 함께 편안하게 들려준다.

이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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