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에세이 ‘장면들’ 출간
저널리즘 본연의 역할과 믿음 강조
해외순회특파원 뉴스현장 돌아와
“포스트트루스(Post-Truth)라는 좀더 디지털 냄새를 풍기는 이름으로 바뀌어 기존의 기준들을 해체해가고 있는 게 지금의 시대다. 이런 세상에서 ‘본래적 의미의 저널리즘’을 운운하는 것은 어떤가. 용기있게 말하자면,(...) ‘본래적 의미의 저널리즘’은 살아남을 것이다.”
최근 저널리즘 에세이 ‘장면들’(창비)을 펴낸 손석희(사진) JTBC총괄사장이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탈진실의 시대, 저널리즘 본연의 역할과 믿음을 드러내며 한 말이다.
2020년 신년토론을 끝으로 ‘뉴스룸’을 떠났다가 최근 해외순회특파원으로 뉴스현장으로 돌아온 그는 양극단으로 치우쳐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는 현실에서 본연의 저널리즘이 한층 더 요구됨을 강조한다.
언론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 역시 “저널리즘을 ‘정치운동’과 맞바꾸어 편 가르기에 몰두하거나 ‘끝없는 상업성’에 갖다 바치는 것이 아닌, 정론에 복무”함으로써 가능하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와 국정농단 사건 등 자신이 경험하고 보도해온 사건들을 돌아보며 저널리즘의 역할에 초점을 맞춘 책에서 그는 자신의 저널리즘 철학을 ‘어젠다 키핑’이란 개념으로 설명한다.
의제설정 기능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의제를 꾸준히 지켜냄으로써 합리적 시민사회에 복무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아무리 힘이 미약한 뉴스라도, 분명히 공적 이익이 되는 이슈를 끝까지 붙잡고 간다면” 언젠가는 그 진심이 통한다는 것이다.
손 사장은 어젠다 키핑의 전형적 사례로, 200일 세월호참사 보도를 꼽는다. 팽목항 현장에 ‘뉴스룸’을 설치, 실종자 가족을 제외하고 모두가 떠난 자리에서 1년 가까이 보도를 이어감으로써 희생자 가족들의 신뢰를 얻었다고 말한다. 또한 이런 과정을 통해 국정농단 사태의 태블릿PC 보도가 나올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뉴스룸’의 세월호 참사 보도를 눈여겨보던 한 시민이 취재에 협력, 국정농단 사건의 새 국면전환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책은 그가 경험하고 보도해온 사건과 공영방송, 레거시 미디어와 디지털, 단독 경쟁, 언론과 정치 등에 대한 고민과 철학을 담아냈다.
스스로 “레거시 미디어 시대의 말석에 앉아 버티다가 운 좋게 디지털 시대로 넘어온 사람”이라고 말하는 그는, 포스트트루스 시대의 저널리즘을 이렇게 정의했다.
“만일 기사 가치에 따라 시청자나 독자들에게 비용을 청구하고 싶다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기사를 써야 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이윤미 기자
meel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