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지나고 다시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 상승폭↑
서울은 1년째 전셋값 변동률이 매맷값보다 높아
전문가들, “내년 7월 갱신권 끝날 때까지 계속 오를 것”
“전셋값 오르면 무주택자 주택매매 나설 수 밖에”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집값이 지금처럼 오를 때 ‘꼭지’까지 오른 가격에 받아주지 말고 관망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하죠. 그런데 전셋값이 매맷값보다 더 오르고 있을 때는 어찌해야 하나요? 1년 사이에 전셋값이 두 배가 넘었는데 이젠 심지어 대출도 안 나온대요. 월세 내고 살든가, 외곽으로 빠지든가 선택지는 둘 뿐이네요.”(서울 거주 3인 가구 A씨)
실제로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변동률이 매매가격 변동률을 뛰어넘는 것이 통계로 확인된다.
올해 9월까지 서울 25개구의 절반 이상인 13개구에서 전세가격 변동률이 매매가격 변동률을 상회했다.
예컨대 서울 중구의 경우 9월까지 매매가격 변동률이 11.97%인 반면 전세가격 변동률은 14.94%로 2.97%포인트 더 높다.
2020년에는 7개구 정도에서만 전세가격 상승률이 매매가격 상승률을 뛰어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년 대비 전세가격이 불안한 지역이 2배가량 확대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전세가격은 매매가격에 대한 선행지표 성격이 강하다. 전세가격 상승이 장기화될수록 불안감에 견디다 못한 실수요자의 매매전환이 빨라지기 때문이다.
뿐만아니라 통계는 부동산시장이 안정기에 들어서고있다는 정부의 인식과도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최근 부동산의 가파른 오름세가 일단은 주춤하면서 꺾였다고 판단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첫째 주(4일 기준)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아파트 전세가격은 0.24% 상승하며 지난주(0.21%)보다 상승폭을 확대했다.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8월 넷째 주부터 9월 둘째 주까지 4주 연속 0.25% 오른 뒤 추석 연휴를 거치면서 9월 셋째 주에는 0.23%, 넷째 주에는 0.21%로 2주 연속 오름폭을 줄였다. 그러나 이번주 0.24% 상승하면서 다시 폭을 키웠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0.19% 올라 지난주와 같은 상승률을 보였고 경기는 지난주 0.24%에서 이번 주 0.28%로, 인천은 0.27%에서 0.30%로 각각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끝없는 전셋값 상승의 배경에 임대차3법이 주요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지난해 7월에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이 시행되면서 시장에서 전세 물건이 다수 잠겼지 않느냐”며 “그때 갱신된 계약(2년)이 한바퀴 돌 때까지, 즉 내년 7월까지는 전셋값이 계속해서 우상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는 한 차례 갱신권을 쓴 세입자들도 2년 뒤에는 어쩔 수 없이 새 계약을 맺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집을 옮기면서 거래가 늘어나면 전셋값 상승 일변도 흐름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전셋값 상승을 억제하지 않고서는 본질적으로 집값 안정을 달성할 수 없다고도 말한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지금처럼 전세가격이 매매가와 비슷하게 우상향 하거나 혹은 초과하는 변동률을 나타낼 경우 무주택 실수요자는 차제에 내 집 마련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 들어 서울 보다는 경기, 인천에서 상대적으로 덜 올랐던 지역들이 급등세를 보였던 이유도 서울과 수도권 무주택 서민들이 가격부담감이 덜한 지역에서의 내 집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