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자신의 정체성을 이루는 신념과 동기, 감정 등 깊은 내면이 있다고 믿는다. 심리학, 정신분석학, 뇌과학, 인지과학 등은 그 신비로운 영역에 도달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그런데 심박수나 눈동자의 움직임, 뇌영상, 꿈의 분석을 통해 그런 숨겨진 내면을 알아낼 수 있을까?
닉 채터 워릭경영대학원 행동과학 교수는 좀 충격적인 주장을 편다. 아예 내면세계 같은 건 없다는 것이다. “찰나적인 의식적 경험의 흐름은 광활한 생각의 바다 위로 반짝 거리는 수면이 아니라, 그냥 그게 전부다.”
즉 마음은 평면이며 정신적 깊이란 개념은 착각이라는 것이다.“신념과 욕망, 희망과 두려움은 우리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허구”이며 “우리자신과 다른 사람의 행동을 정당화하고 설명하기 위해 하는 이야기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꾸며낸 거짓말”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뇌가 워낙 순식간에 능수능란하게 창작하다보니 허구를 현실로 받아들인다는 것인데, 저자의 말대로라면 우리가 자신의 마음에 대해 안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은 착각일 뿐이다.
저자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를 예로 든다. 가령 안나 카레니나가 투신자살한 이유, 내면의 동기를 찾으려해도 그건 아무도 알 수 없다. 톨스토이 자신도 명확하게 설명해내지 못한다. 또한 카레니나가 현실적 인물이라고 가정,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그에게 동기를 직접 묻는다해도 그 자신 자살의 동기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진짜 동기를 찾기 어려워서가 아니라 찾을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저자는 마음은 즉흥시인에 가깝다고 말한다. 매우 유려하게 행동을 만들어내고 그 행동을 설명해줄 신념과 욕망을 만들어내는데, 그런 즉흥성은 혼란스러워 보이지만 오히려 정반대다. 즉흥적인 마음은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가능한 한 일관성있게 만들고 '우리답게' 머물도록 한다는 것이다.
저자의 논리는 지금까지 정신분석학, 심리학, 인지과학 등 관련 학문에서 반복·확장해온 마음의 본질에 대한 해석과 전혀 다르다. 경험과 기억, 흔적, 무의식의 깊은 바다가 없다면 우리의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 걸까?
저자는 생각의 순환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설명해나가는데, 뇌는 컴퓨터와 달리 1000억개의 뉴런이 100조개의 시냅스로 연결, 모두가 참여하는 협업으로 작동하는데, 한 번에 한 문제에 대해서만 협업한다는 특징이 있다. 예를 들어 표정을 해독하고 복잡한 물리적 사회적 상황에서 이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할 때, 뇌는 컴퓨터와 다른 방식을 채택한다. “느릿느릿한 뉴런 단위는 문제를 수도 없이 많은 조각으로 나누고 잠정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빽뺵하게 상호 연결된 전체 신경망을 동시에 공유하는 것이다.”
뇌는 순간순간 들어오는 감각 정보들을 추적, 의미를 부여하는데, 한 번에 한 작업만 가능하며, “의식적인 경험이란 바로 이런 생각의 순환에서 출력물이 나오는 순서”일 뿐이다. 즉 우리는 뇌가 한 단계씩 내놓은 해석을 의식할 뿐이며, 이 해석이 구성된 곳에서 나온 원재료와 구성 과정 자체에는 의식적으로 접근할 수 없다.
“우리가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행동할지 결정할 때 한 번에 생각 하나씩 우리 마음을 지어내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만들어낸 창작의 산물이다.”
그리고 우리는 계속해서 창작과정에 있다.
따라서 자신의 내면을 찾는 일은 비효율적이다. 꼬인 마음을 해결하려 애쓰는 대신 삶을 열어가는 창조적인 일에 힘쓰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저자의 조언이다.
책은 수백년간 품어온 마음과 뇌에 대한 선입견에 도전하며 나와 타인을 이해하는 완전히 새로운 틀을 제시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생각한다는 착각/닉 채터 지음, 김문주 옮김/웨일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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