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2018년작 ‘레디 플레이어 원’은 오아시스(OASIS)라는 가상현실게임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공상과학(SF)영화다. 주인공과 동료들은 오아시스게임 내에서 레이싱을 펼치고, 탐험을 떠나며 전투를 하기도 하는데 영화에 집중하다 보면 이 장면이 영화 속 현실의 장면인지, 아니면 가상현실 속 상황인지 혼란스러운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동안 가상현실은 개인이 현실에서 물리적 제약으로 직접 체험하기 어려운 상황을 인공적인 기술로 구현한 입체적인 콘텐츠 정도로 생각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레디 플레이어 원’은 이러한 가상현실이 개별 이용자의 관계 또는 영상 콘텐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집합적인 하나의 사회를 구현하고 그 가상의 사회 내에서 이용자들이 서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세상, 즉 메타버스(가상공간을 의미하는 ‘Meta’와 세계를 의미하는 ‘Universe’의 합성어)를 형성하는 단계에 이르면 얼마나 엄청난 폭발력을 갖게 되는지 생생히 보여준다.
메타버스는 지금 산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이슈 중 하나다.
미국에서 ‘로블록스(Roblox)’라는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은 월 이용자가 1억명을 넘어섰고, 미국 청소년의 절반 가까이가 가입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제페토(Zepeto)’라는 가상현실 플랫폼을 통해 가수인 블랙핑크가 뮤직비디오를 상영하고 팬사인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게임콘텐츠로 시작했으나 메타버스를 통해 기능이 확장되는 경우도 있다. 미국의 ‘포트나이트(Fortnite)’는 액션게임이지만 파티로열이라는 메타버스 기반 가상공간을 개설했고, 미국의 가수인 트래비스 스캇이 파티로열에서 2020년 초에 개최한 온라인 콘서트를 보기 위해서 1200만명이 넘는 이용자가 접속했다.
정부에서도 메타버스가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도 있는 중요한 도구라는 점을 인식하고 ‘가상융합경제 발전 전략’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해, 메타버스로 대표되는 이른바 가상융합기술에 기반을 둔 가상융합경제의 중요성 및 주요 전략 및 추진과제를 제시한 바 있다.
가상융합기술이 핵심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주력 산업 분야로 제조, 의료, 건설, 교육, 유통 및 국방 분야를 제시하고, 민간 참여 및 투자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4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는 한편, 주요 공급처와 수요처 사이에 협업구조가 구축, 작동할 수 있도록 도모하겠다는 계획이다.
메타버스는 단순한 일방항 콘텐츠가 아니라 이용자들이 서로 가상의 공간에서 각자 개별적인 주체로 관계를 형성하고 현실세계에 버금가는 다양한 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가상의 사회이므로, 이 공간에서의 행위들을 법률적으로 어떻게 해석할지도 문제가 된다.
메타버스 내에서 이뤄지는 타인에 대한 범죄행위는 어떻게 규율되어야 하는가? 메타버스 내에서 이뤄지는 각종 영상 및 콘텐츠의 상영이나 공개는 지식재산권의 관점에서 어떻게 해석돼야 하는가? 메타버스 내의 개인 계정은 플랫폼 운영자가 재량에 따라 해지 및 말소할 수 있는가? 이는 (가상의) 인격권에 대한 침해인가? 이 공간에서 이뤄지는 경제활동은 현실세계에서 어떻게 평가돼야 하는가? 논의돼야 하는 쟁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상대적으로 영토와 자원의 제한을 많이 받아온 우리에게 국경과 시간의 제약을 넘어 전 세계인들과 소통하고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메타버스는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메타버스 및 가상융합기술이 다양한 산업 및 서비스 분야로 확대 적용되기 위해서는 기술적 개발 및 발전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법적·정책적 이슈가 충분히 논의돼야 한다.
정부와 산업계, 그리고 학계가 머리를 맞대고 가상융합경제가 한국 경제의 각 산업 분야에 적용되고 정착될 수 있도록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노태영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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