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합의 시행 나서야 한다는 입장은 같지만
택배기사 인력 투입시기 이견에 파업·분류 작업 거부
대리점주 “사회적 합의 앞둔 파업 진정성 의심돼”
민주노총 등 “과로사 계속…정부가 2차 합의 책임져야”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택배 기사들과 대리점주들의 입장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으면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 기구’(사회적 합의기구)의 최종 합의문 도출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택배 기사들이 분류 인력 투입 시기와 비용을 두고 파업과 농성을 이어가고 있으나, 대리점주들은 파업을 중단해야 사회적 합의기구에 복귀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는 탓이다.
사회적 합의기구 2차 합의를 위한 최종 회의는 15~16일 이틀에 걸쳐 열릴 예정이다. 지난 8일 2차 사회적 합의안이 결렬되고 일주일 만에 다시 모이는 자리다. 사회적 합의기구는 지난 1월 21일 택배 기사의 업무를 집화와 배송으로 하고, 분류 작업의 책임을 택배사가 지는 내용의 ‘과로사 대책 1차 합의문’을 명문화했다. 이후 분류 작업 인력 규모와 투입 시기 등을 두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합의기구의 한 축인 대리점주들은 택배 기사들의 파업이 지속되는 한 회의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리점주들은 지난 8일 회의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전국택배노동조합 조합원 6500여명이 파업에 나섰다는 이유에서다.
택배노조는 2차 합의 결렬 이후 총파업에 돌입했다. 지난 9일 파업 찬반투표에서 노조원의 92.3%가 무기한 파업에 찬성하면서 쟁의권이 있는 조합원 2000여명은 파업을 하고, 쟁의권이 없는 조합원 4500여명은 ‘오전 9시 출근 오전 11시 배송 출발’을 하는 준법 투쟁 형태로 참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종철 CJ대한통운택배대리점연합회장은 “2차 사회적 합의 초안을 마련 중인 시점에 참여 주체를 압박하기 위해 파업을 하는 노조 측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집화 제한을 걸어뒀기 때문에 파업이 장기화되면 결국 국민들과 파업에 참여하는 택배 기사들만 손해 보는 구조”라고도 말했다.
택배 기사들과 대리점주들은 파업과 사회적 합의기구 참여 등을 두고 입장 차를 보이고 있으나 분류 인력 투입 등 사회적 합의 시행에 나서야 한다는 데에는 같은 입장이다. 김 회장은 “분류 인력 투입 시기를 명확히 하지 않는 원청사업자들 또한 원망스럽고 더 이상 사회적 합의 시행 시기를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사회적 합의기구를 주도하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관계자는 “양측의 합의를 도출하기 쉽지 않지만 설득하는 중”이라며 “우선 사회적 합의기구에 참여하는 게 핵심”이라고 했다.
민주노총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이날 회의에 들어가기 앞서 여의도포스트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차 사회적 합의에도 택배노동자들은 여전히 죽거나 쓰러져가고 있다”며 “1차 합의가 현장에서 제대로 시행되고 있지 않고 2차 합의마저 파행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택배노동자 과로사 문제가 실질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2차 사회적 합의가 완성될 수 있도록 가장 책임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2차 합의가 지지부진하는 사이 택배 기사들의 사고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 13일 롯데택배 운중대리점 소속 택배기사 임모(47) 씨가 집에서 잠을 자던 중 뇌출혈로 쓰러졌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임씨는 노조 가입 전 하루 15.5시간, 주 평균 93시간, 노조 가입 후에도 주 평균 80시간이 넘는 초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