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검은 수요일’ 10兆 롱포지션 강제 청산

청산 물량에 심리 경색, ‘공포 매도’로 이어져

최근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가격이 폭락에는 급속도로 팽창한 파생상품 시장의 대단위 청산거래가 ‘방아쇠’로 작용했단 분석이다. 차입으로 투자 규모를 크게 늘려 갑작스런 가격하락 시에는 강제 청산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검은 수요일’이라 불리는 지난 19일에만 약 10조원 가량의 가상자산이 자동 매도됐다.

21일 가상자산 정보제공업체 비와비티(bybt)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20일까지 5월 한달 간 파생시장에서 강제청산된 가상자산 금액(5월 평균환율 적용)은 32조8000억원(291억달러)에 달한다. 이 중 상승기대에 투자했던 ‘롱(long)’ 포지션 액수가 25조3000억원(224억달러)으로 전체의 77%를 차지했다. 이달 초만 해도 결제 활용도 다변화, 다수 기관들의 투자 진출 소식 등에 힘입어 비트코인 가격이 연내에 10만달러, 장기적으론 50만달러까지 올라갈 거란 전망이 우세했다.

가상자산 가격이 급락했던 지난 19일 하루 동안만 총 9조7000억원(86억달러) 규모의 가상자산이 강제 청산됐다. 이중 비트코인이 3조6000억원(32억달러)로 38%를 차지했고, 이더리움이 2조2000억원(20억달러)로 23%의 기록했다. 비트코인·이더리움이 전체 청산의 60%를 주도했다.

선물이나 마진거래 등의 파생상품은 소규모 투자금으로 차입을 일으켜 적게는 원금의 2~3배, 많게는 50~100배까지의 투자금을 불릴 수 있다. 소액 투자자도 고수익을 노릴 수 있지만, 그만큼의 고위험을 감내해야 한다. 가령 100만원으로 100배의 레버리지를 일으켰다면 가격이 1%만 조정을 받아도 원금 전액을 까먹게 되고, 사전 약정에 따라 강제 반대매매를 당해야 한다. 최근 미 월가에서 발생한 빌 황의 아케고스 사태도 차입을 활용한 파생상품(차액결제거래) 투자의 위험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특히 청산 시스템에 의해 순식간에 대규모 물량이 시장에 쏟아져 나올 경우 일반 투자자들의 ‘공포매도(panic selling)’을 촉발할 수도 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빠른 속도와 저렴한 수수료로 BSC(바이낸스스마트체인) 계열의 디파이(탈중앙화금융)가 각광을 받았다”면서 “값이 많이 오른 비너스 토큰을 담보로 맡기고 비트코인을 대출 받은 투자자가 늘었는데, 비너스 가격이 하락하면서 대출된 비트코인 물량이 시장이 나오게 됐다”고 분석했다.

니켈 디지털의 가상자산 매니저인 데이비드 파우치어는 “가격이 폭락할 때 차입 투자자들의 차입비율이 급등하게 된다”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한지 한 시간도 채 되기도 전에 시장이 두 차례의 ‘유동성 폭포’를 경험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서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