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나포 전날 환경기준 변경
원유대금 지급 압박說은 부인
美, 이란에 “즉각 억류해제” 촉구
강경화 “상황파악·사태해결 노력”
이란 혁명수비대의 한국 유조선 나포 사건이 미국과 이란의 외교전 양상으로 치닫는 가운데 정부는 이란과의 물밑접촉을 통한 빠른 문제해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어제(4일) 1차 대응을 했고 주한이란공관과 주이란한국대사관을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계속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조속히 나포 상태가 풀릴 수 있도록 외교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 국가안보실(NSC)과 외교부, 국방부, 해수부 등은 대책을 논의중이다. 외교부는 물밑에서 이란 당국과 협의에 나섰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란 제재 문제로 확대해 보기에는 다소 무리한 지점이 있다. 이란 측에서 기술적 사안이라고 밝힌 만큼 즉각 해제를 촉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미국의 대 이란 제재 문제와 엮여 국제전으로 ‘확전’하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강 장관도 이란이 한국 내 은행에 예치된 원화 자금 동결에 대한 불만을 가졌다는 분석에 대해 “지금 그런 것을 섣불리 이야기할 상황은 아니다”며 “일단 사실관계를 먼저 파악하고 우리 선원 안전을 확인하는 게 급선무”라고 했다.
그러나 미 국무부가 즉각 이란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이미 양국 정부간 갈등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미 국무부는 “이란 정권은 국제사회의 제재 완화를 얻어내려는 명백한 시도의 일환으로 페르시아만에서 항행의 권리와 자유를 계속 위협하고 있다”면서 “이란에 유조선을 즉각 억류 해제하라는 한국의 요구에 동참한다”고 밝혔다. 미국 소식통은 “현재 이란의 무력시위를 억제하기 위해 니미츠 항공모함의 복귀명령이 취소된 한편 당국 차원에서 해당 문제와 관련한 대응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이란의 한국 유조선 나포 문제가 미국과 이란 간 확전양상을 보이는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대이란제재를 둘러싼 양국간 갈등이 격화됐기 때문이다. 미 당국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 농도를 20%로 상향하겠다고 발표한 다음날 한국 유조선에 대한 억류가 발생한 점을 눈여겨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이르면 이번 주 이란을 방문하기 직전 사태가 발생한 점도 단순 ‘환경오염’을 한 억류로 보기 어렵다는 관측을 뒷받침한다.
앞서 사이드 카팁자데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란은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해양 환경오염을 비롯한 환경법 위반 행위에 민감하다”며 “법 테두리 안에서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최 차관의 이란 방문과 관련 “지난한 과정(원유대금 동결해제)의 마지막 단계이길 바란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란 정부는 지난해 7월 한국이 원유 수출대금 70억 달러(약 7조5700억원)을 주지 않고 있다며 한국을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수출대금은 미국의 제재로 인해 한국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 계설된 이란 계좌에 묶여있는 상태다.
이와 함께 청해부대 최영함(4400t급)은 이날 새벽(한국시간) 이란의 한국 선박 나포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호르무즈해협 인근 해역에 도착했다.
최영함은 호르무즈해협에서 하루 평균 6척이 오가는 한국 선박의 안전을 위한 역할을 수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