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수십통 전화테러에 ‘중국동포’지원센터 이름 바꿔야”
“성소수자 청소년에게도 ‘너도 이태원 클럽 다녀왔냐’”
전문가 “‘남탓’·원인 찾기 말고 감염병 극복에 힘써야”
![지난 5월 10일 인천시 부평구 한 아파트에 ‘이태원 클럽’을 방문했다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은 주민을 비난하는 벽보가 붙어 있다. [연합]](https://wimg.heraldcorp.com/content/default/2020/12/28/20201228000291_0.jpg)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지난 1월 2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오자 시민들은 국내에 거주하는 중국 동포, 중국인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중국 우한(武漢)에서 코로나19가 처음 확인돼 중국이 국내로 전염병을 옮겼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어 지난 3월 대구 신천지 예수교회, 5월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에서의 집단 감염을 거쳐 코로나19는 곳곳에서 ‘혐오의 전염’을 일으켰다. 중국동포에 이어 대구·경북 지역민, 성소수자 등 전염이 확산된 집단이 타깃이었다. 코로나19의 감염이 일상화된 지금, 혐오는 완치자들을 향한 따가운 시선으로까지 이어지는 등 현재 진행형이다.
“단체 내선으로 하루에도 몇 통씩 ‘너희들, 코로나 가지고 돌아가라’면서 전화가 왔었어요. 전화 벨소리가 무섭기까지하고 어디든 숨고 싶었어요”
박옥선 더불어민주당 귀환중국동포 권익특별위원장은 지난 5월 운영하던 중국동포지원센터의 이름을 다문화이민자지원센터로 바꿔야만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된 지난 3월 이후 포털 사이트를 통해 센터 이름과 전화번호를 찾아낸 불특정 다수로부터 하루에도 수십 통씩 센터로 전화 테러를 받았기 때문이다.
박 위원장은 “구로구, 대림동에 사는 중국동포들이 ‘여기(대림동)에서 터지면 우리는 대한민국에서는 이중 삼중으로 비난받고 죽겠구나 싶었다’며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음식점을 운영하는 중국 동포들은 ‘코로나균’ 취급을 당했고 중국동포 청소년들도 학급 친구들과 단체 대화방에서 ‘너희 엄마도 짱깨니까 코로나지’라며 조롱을 당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혐오의 타겟은 지난 3월 대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에서 집단 감염이 확산되자 대구·경북 지역과 신천지 교인들로 옮겨갔다. 이어 지난 5월 이태원 클럽발(發) 코로나가 확산됐을 당시 집단 감염이 일어난 곳이 ‘성소수자’클럽이라는 사실 알려지면서 성소수자들이 비난의 대상이 됐다.
이종걸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집행위원장은 “밀접 접촉자의 동선이 직장 등에 알려지면서 성정체성이 알려지는 경우도 있었고 그로 인해 상사에게 지속적을 괴롭힘 당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급 친구들에게 성정체성을 알린 청소년 성소수자 역시 반에서 ‘너도 클럽 다녀왔냐’는 식의 조롱을 듣는 등 코로나 감염 공포가 혐오로 이어졌다”며 “사회적 약자와 코로나19로 인해 낙인 찍힌 감염자들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방식으로는 전염병을 통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코로나 포비아로 인해 특정 집단을 향한 차별과 낙인은 완치자에 대한 차별로도 이어졌다. 지난 6월 말 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은 대학생 이모(25) 씨는 “퇴원 이후 한 지인이 내 머리카락을 만지면서 ‘코로나 아니냐’, ‘쟤 괜찮은 것 맞냐’고 했다”며 완치 이후에도 주위의 의심 어린 눈초리로 인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감염병의 원인과 확산을 ‘질병’으로 접근하지 않고 확진자에게 원인을 돌리려는 심리로 인해 혐오가 확산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람들이 일상에서 장애 또는 불편함이 생기면 그 원인을 찾으려고 하는데 한국 사회는 특히 ‘왜’라는 질문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러한 경향으로 인해 원인을 제공한 대상을 특정하고 그에 따른 비난을 하는 것”이고 지적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선입견과 편견이 덧씌워진다”며 “‘왜’가 아닌 ‘어떻게’라는 질문에 집중해야 감염병 확산에 따른 혐오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